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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pr 11. 2022

4월 11일 월요일

꾸준히 기록하는 일에 대한 단상

1. 일기를 쓰는 일

주말을 지내고 나면 일주일 간 어떤 일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사진첩을 들춰보거나 SNS에 남겨둔 여러 기록들을 보며 일주일을 복기하다 보면 때로는 일기에 남기기엔 너무도 소소하고 부끄러운 아주 개인적인 기억들도 있고 반대로 사진까지 알차게 남겨두고 싶은 일들도 있다. 사실은 그 모든 것을 남기기 위해 적기 시작한 월요일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담백하게 지금의 마음과 일들을 남기려 하지만 언제나 쉽지 않다.


그럼에도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가진 의미는 단조로운 계절의 흐름을 읽어내기 위함도 있다. 작년 이맘때쯤 언제 겨울 이불을 걷어내었는지 꽃은 언제부터 피기 시작했는지 같은 흐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이 일 년 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지나고 나면 좋은 것으로만 똘똘 뭉쳐 어떤 계절을 잘 버텨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쯤의 일기를 읽었다. 지금과는 완벽히 다른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4월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달이라던가, 코로나 첫 해에 끊어뒀던 포틀랜드 여행을 갑자기 아쉬워한다던가 하면서. 내년 이맘때쯤 이 일기를 읽을 때쯤이면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모든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과 건강에 대한 염려가 모두 사라지기를. 그리고 그때까지 부디 꾸준히 월요일마다 일기를 쓰고 있기를.


2. 벚꽃

주말 내내 벚꽃이 만개했다. 나는 짧은 여행을 다녀오느라 벚꽃구경을 놓쳤지만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길에 이어진 벚꽃들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벚꽃이  나무에는 연둣빛이 감도는 이파리가 올라온다. 꽃이 모두 떨어진 나무도  예쁘다.



3. 여행

가족의 좋은 , 오랜만에  가족이 시간을 맞춰 여행을 다녀왔다. 각자 늦은  그리고 이른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갔다. 새로 생긴 호텔에서 투박한 생일 케이크를 하나 사고 항구로 내려가는 길에 밥을 챙겨 먹고 횟감도 두둑하게 떠서 배를 탔다.


수도 없이 제주를 갔지만 우도에서 하룻밤을 묵어본 적은 없어서 조금 설레고 떨리고 혹시나 따분할까 앞선 걱정까지 했던 나. 결론은 아주 좋았다. 아무래도 좋은 숙소 덕이 었겠지만 제주에서 우도까지 오가는 배에서 보낸 10분 남짓한 시간도 좋았고 멀리까지 보이는 날씨도, 잔잔하게 너울지던 파도도 좋았다.


숙소 사장님은 사려 깊었고 여러 가지 연락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때때로 날이 궂어 예약하고도 입도를 못하는 손님이 많다며 좋은 시간 보내라고 해주신 말씀처럼 전실에 가득 드는 석양을 바라보며 그 말대로 운이 참 좋았다.


숲에서 얻은 안정감, 바다에서 얻은 평안함 그리고 비행기에서 얻은 약간의 긴장감으로 에너지를 얻었다. 여행을 두고 언젠가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사실은 그냥 ‘거기서 행복할 것’. 여기서 아무리 행복해도 여행만큼 행복하지 않다. 거기서 누릴 만큼 다 누리고 와야 해.


스테이 소도 @stays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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