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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l 11. 2022

7월 11일 월요일

흐리지만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 월요일 오후의 일기

1. 톱니바퀴

새로운 직장에서 어느덧 1년 2개월. 어딘가 톱니가 잘 맞지 않아 굴러가지 않는 아주 크게 연결되어 있는 톱니바퀴 속에 눈치 없이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 나에게 이직하니까 어때?라고 물어볼 때마다 늘 "개인적으로 치유받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라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사실은 개인적으로 치유받는 부분보다 조금 더 많이 개인적으로 매일매일 적응해나가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딘가 톱니가  맞지 않아 굴러갈 때마다 어느 날은 나의 기분을 조금 희생하고, 어느 날은 나의 체력을 조금 어내며 맞춰가는 기분이  때가 있다. 그날이 언제냐면 바로 오늘이다.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것보다 더 답답한 건 매번 동료들에게 나도 너와 한 마음이라는 것을 설득하는 작업인 것 같다. 변명하고 설득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 같은 마음이 아니어도 일정 정도의 팀워크는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한 마을같이 한 공동체같이 작은 집단에서는 1+1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작은 마을로 들어온 나의 선택이 매번 나를 조금씩 조금씩 잃게 하는 것 같다.


2. 떡볶이

한동안 떡볶이를 멀리하긴 했지만 나에게 '떡볶이'란 소울푸드 중 하나다. 그것도 쌀떡볶이.


마켓 컬리를 주문하게 되면 두 번에 한 번은 꼭 구입하는 '금미옥' 쌀 떡볶이는 출시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나의 최애 떡볶이. 5분에서 7분 정도 빠르게 조리해 패스트푸드처럼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약간 달긴 하지만 집에 있는 양배추와 어묵을 조금 더 넣으면 어느 정도 중화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넉넉하거나 홍대 주변에서 일정이 있는 날이면 '또 보겠지 떡볶이'를 사 먹는다. 포장해와서 먹으면 소스가 거의 1.5회분이라 조금 덜 넣어야 매장에서 먹는 맛이 나는데, 또 보겠지는 아무렴 가서 먹는 게 제맛이다. 갈릭버터 감자까지 든든하게 먹고 나와야 제대로 된 식사. 또 보겠지 입구에 걸려 있는 A3 크기의 아주 큰 메뉴판에서 메뉴를 고를 때만큼은 늘 볶음밥까지 기대하게 되지만, 늘 배가 불러 밥은 못 먹고 온다.


그 외에도 몇 년 전쯤 아차산에 있는 아트센터에 갔다가 우연히 들렀던 '신토불이 떡볶이'는 그 특유의 후추 맛과 핫도그 덕에 아주 강렬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한번 먹어보고 그 이후에는 너무 멀어 못 가고 있지만, 어쩌다 한 번씩 꼭 생각나는 맛. 신토불이 느낌을 내고 싶을 땐 인스턴트 핫도그를 구입해 집에서 만든 떡볶이에 곁들여 먹곤 했다. 튀김을 곁들여 먹는 것보다 오히려 속이 편하다. 물론 탄수화물에 탄수화물을 얹는 맛이지만.


얼마 전 덜 조리한 밀떡볶이를 먹고 어쩐지 고무줄 같은 식감에 실망해 떡볶이를 안 먹은 지 한 달. 어젯밤 남편과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다 오늘 저녁엔 외출했다가 돌아오면서 또 보겠지에 오랜만에 들르기로 했다. 오늘은 페이스를 반드시 조절해서 꼭 볶음밥까지 먹고 말 거다.


3. 여행

지난 2년간 해외여행을 못 간 게 한이 된 듯 주변에서 속속들이 해외여행을 기세 좋게 떠나고 있다. 가장 최근의 해외여행을 떠올려보면, 2020년 초 그러니까 설날 연휴에 다녀왔던 방콕 여행인데. 여행을 계획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과 동남아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뉴스를 봤었다. 그전부터 메르스,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등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소식을 접했던 터라 (하지만 그것에 대한 체감은 하지 못했던 터라) 그러려니 하고 방콕 여행길에 올랐었고, 내가 여행하던 4일 동안 총 3건의 확진자가 나왔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서양인들의 알 수 없는 불안한 눈빛과 차이나 타운에서 마스크를 쓰고 음식을 기다리던 한국사람들 몇몇이 기억난다. 마스크 대란 전이었으니 집에 황사와 미세먼지용으로 쟁여뒀던 KF94를 잔뜩 들고 가 지하철에서 한 장, 음식점에서 한 장, 비행기에서 한 장 호사를 부리며 쓰고 돌아다녔었다.


그리고 한국에 오자마자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발이 묶였고 3월부터는 급하게 휴직도 하고 2020년 한 해를 통째로 약간의 두려움과 고요함으로 보냈던 것 같다. 그 시절이 무색하게 벌써부터 해외여행을 다닌다니 어쩐지 약간은 겁이 나면서도 설레기도 하다. 아주 멀지만 내년 8월 즈음 오랜만에 뉴욕 여행을 가겠노라고 양가 부모님께 선포하고 남편과 마일리지 항공권 광클 대기 중인 나. 내년 8월쯤이면 코로나가 종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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