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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l 04. 2022

7월 4일 월요일

여름과일이 냉장고를 가득 채운 월요일의 일기

1. 과일

여름이면 응당 햇살에 잔뜩 지쳐버린 텃밭의 야채와 말도 안 되게 커다란 수박 한 통을 해체시켜두고 매일 쫓기듯 먹어치워야 하는데 내내 바빠 텃밭의 야채 (정확히는 엄마 텃밭) 재배도 못했고 그저 과일만 매일 먹어치우고 있다. 오이도 잔뜩 먹고 싶고 싱싱한 샐러드도 먹고 싶은 날.


짧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은 주말 동안 오랜만에 산책도 하고 길고 긴 아침잠도 잤다. 땀을 뻘뻘 흘린 날이면 후다닥 샤워하고 에어컨 아래 매일같이 얼음을 얼려 냉침된 티백이나 커피를 마시는 일상. 여름이 조금 더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2. 분재

몇 달 전부터 남편이 갑자기 분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나 꼭 사서 집에 두고 싶다며 어떤 나무를 어떤 상점에서 사야 할지 본격적으로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지난겨울 인테리어로 2-3주를 오피스텔 숙소에 살게 되면서 집에서 기르던 모든 식물을 죄다 엄마 집으로 옮겨두었다. 서울로 독립하면서 샀던 작은 화분부터 어느샌가 내가 혼자 옮길 수 없어진 엄청나게 큰 화분까지. 겨우 차에 실어 옮기고 나니 다시 집에 들고 올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이미 식물 기르기에 도가 튼 엄마 아빠 덕에 어떤 화분보다 더 잘 자라는 것이 바로 우리 부부의 화분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집 앞에 나무가, 바로 옆에 낮은 산이 있는 집에서 굳이 화분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냥 자연을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럼에도 꾸준히 식물을 다시 집으로 가지고 오려던 남편의 의지를 꺾고 꺾었건만 분재를 향한 사랑은 어쩔 수 없었다. 몇 군데를 알아보다가 오래도록 꽃을 배우던 선생님께 분재를 주문했다. 곡이 아름답고 또 계절마다 조금씩 나무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피라칸사’ 분재였다. 여름이니 하루에 한 번 물을 흠뻑 주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꼭 바람을 맞혀주라고. 남편의 신남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가 된 오늘까지 이어졌는데 무려 분재에게 이름을 지어주기에 이르렀다. 그 이름하여 ‘트리마제’. 우리를 트리마제로 가게 해주라.


3. 운동

지난 3달을 매주 2회씩 꼬박꼬박 필라테스에 갔다. 그리고 나머지 날들은 매일 최소 2킬로가 넘는 길을 산책했다. 그렇게 해서 달라진 건 무엇이냐. 몸무게가 늘어났다.


물론 근육량이 늘면서 몸무게가 함께 늘어나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6개월 정도 장기 복용하던 호르몬제 덕에 살이 붓고 찌면서 이른바 건강한 돼지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붙어본 적 없는 허벅지와 엉덩이 살이 엄청나게 불어나고 바지고 치마고 간에 뭐든 다 불편해졌다. 그럼에도 운동을 하고 나면 잠도 잘 오고 밥도 잘 먹고 스트레스도 곧잘 해소되곤 했다.


요즘은 집에서 간간히 요가를 한다. 산책도 아주 멀지 않지만 집 앞 공원까지 슬슬 걷기도 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러다 나도 주 7일 운동하는 건강한 아줌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날엔가는 몸짱이 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우선 여름은 더우니 조금 선선해지면 몸짱에 도전해 봐야겠다.


4. 운전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운전이다. 새 차를 뽑고 남편과 약속했던 ‘출퇴근길 운전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출근하는 길이 조금 멀고 돌아가는 감이 있는 데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또 지하철역에서 사무실까지 10분이 넘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이미 진이 빠지곤 했다. 게다가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덥거나 춥거나 하면 이미 만신창이가 돼버리는 나.


운전을 잘하지 못해 지금은 같은 길을 잘 외워 그 길로만 열심히 다니고 있지만, 종종 그 길 외에 다른 길 (주로 더 빠르다고 안내해주는 길)로의 퇴근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운전을 할 생각에 너무 떨려 어느 밤엔가는 잠을 자다 말고 일어나 후진주차하는 법을 유튜브에 찾아서 보기도 하고, 처음 혼자 차를 타고 퇴근하는 길 길을 잘못 들어 1시간 반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언제나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는 게 운전이니까. 이번엔 절대 운전대를 놓지 않고 열심히 꾸준히 해볼 작정이다. 훌쩍 양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라타 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그런 일탈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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