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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08. 2022

8월 8일 월요일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월요일의 일기

1. 직업에 대한 단상

포괄적으로 보면 '서비스직' 것 같지만 사회적으로는 누구보다 '일반행정'이라는 직군이 가장  어울리는  같은  직업은 대학교 교직원이다. 아마도 처음으로  직업에 대해서 이렇게 명확하게 이름 붙여 불러보는  같다.


교직원의 업무 중에서도 외국인 유학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나 중국어를 업무 중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교직원과 가장  부분이랄까.  외에 모든 것은 '행정' 맞닿아 있다. 규정에 따라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모든 운영 상황을 관리하는 . 군사적 의미의 '행정'으로 미루어 보았을  '보급, 위생, 수송 따위의 전술과 전략을 제외한' 모든 . 이것만큼 적확한 해석은 없는  같다. 전술과 전략보다 운영과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직업이 바로 교직원이다.


때때로 내가 하는 일 족족 매출과 수익 증진을 아니 비용절감을 고려해야 했던 이전 업과 비교했을  따분하다 느껴지기고 하고 딱히 사회에 쓸모 있는 일원이 되고 있지 않은  같아 조바심이  때도 있었다. 아주 때때로. 하지만 조금 내려놓고 생각해보니 그저 9 to 5.5 앉아서 가짓수는 많지만 강도는 적절한  직업을 가지고 여생을 있어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최선의 선택이고 최고의 인생 경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두가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과 기대치는 다르기 때문에.


지난 일주일의 업무를 마치고 적어본 짧은 노트를 복기하면서 내 직업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외국인 문화체험을 발굴하고, 청와대 단체관람을 예약하고, 학기  행사를 위해 커피차를 예약하고, 견적을 비교하고. 일주일 내내 최저가에 입고 일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건  내가 파티플래너인지 홍보대행사인지 구분이 모호해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동기들은 일주일 내내 발등에 떨어진 학과별 상담과 그를 위한 선제적인 보고서 작성에 매일 저녁 야근까지 불사하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업무는 너무도 '서비스직' 가까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직업과 직무의 귀천을 나누겠다던가 내 일에 대한 과소평가를 위해 시작한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하는 모든 일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누구보다 고귀하게 여기는 집단은 확실히 맞다. 매출과 수익 증진, 내가 속한 기관과 회사의 발전보다 약간의 봉사정신과 희생정신, 그리고 섬기는 마음으로 고귀한 직업을 이어가는 집단. 아무래도 학교여서  그런 거겠지 약간의 교육적이고 약간의 교훈적인 어떤 . 이 만족감에 심취해 이어지는 직업도 있다는 것을 보며 여전히 의아한 심정은 지우지 못하겠지만 여하튼 어떤 마음인지 알겠다. 이제 조금.


2. 비

태풍이 올라올 때나 이런 비를 마주했을까 싶을 정도의 폭우가 내린다. 무섭도록 비가 내린다. 분명 하늘이 파랬었는데 1층으로 내려가자마자 바로 어둑해진 하늘을 보고 약간의 공포심을 느꼈다. 입추가 지났는데 어쩜 이렇게 비는 여름 장마보다  매섭게 쏟아지는지. 우산을 쥐고 걷는데 상반신을 빼고 모두 다 흠뻑 젖어버렸다. 여름인데도 어쩐지 으슬으슬하게 한기까지 드는 . 아마 비가 그치고 나면 더위가 조금 가실  같다. 이제 다시 공원으로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강으로 나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있는 계절이 오겠구나. 가을.


분명 회사에서 퇴근할 때까지만 해도 비가 올 듯 말듯한 하늘이길래 40분이면 오더라도 아주 약간의 비가 더 내리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10번쯤 운전해봤던 길이어서 차선도 잘 타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집에 왔지만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이유는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아서. 폭우도 이런 폭우가 없고 앞차의 후미등이 보이지 않아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비상 깜빡이를 켜고 운전했다. 처음으로 육성으로 ‘비 그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나올 정도. 집으로 오는 길에 보이는 하천이 이미 아주 많이 불어나 있었다. 비가 어쩜 이렇게 오는지. 우리 남편 집에 올 때는 조금만 잠잠해주겠니. 우리 남편 오늘 긴 바지 입고 갔거든 엉엉.


3. 코로나

가족 중 아무도 걸리지 않고 지난 2년 반이 넘는 시간을 보내왔다. 코로나. 나에게도 아주 가까이 온 듯했지만 아주 친한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걸리지 않았고 그저 이렇게 끝나나 보다 했다. 한 달 전쯤 남편의 여동생이 걸리고는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앉아서 겨우겨우 긴 밤을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는 정말 절대 걸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와서 걸리는 건 왠지 억울하니까.


그러던 중 지난 주말 아빠의 확진 소식을 들었다. 아빠는 수원의 엄홍길 같은 사람이라 아침 7시에 등산을 갔다가 9시면 집에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을 먹고 스크린 골프를 하러 가 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곤 하는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2일은 산에 무조건 오르는 사람. 먹기도 얼마나 잘 먹는지 운동한 게 다 소화력으로 가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먹성을 가진 그런 사람. 그런데 아빠가 확진이라니! 시어머님께 소식을 전하니 "사돈어른까지 걸리면 이제 누가 안 걸리고 넘어가겠어~"라는 안타까운 농담도 전해주셨다.


다행인지 엄마는 여전히 음성이고, 아빠는 몸살 기운이 있기는 하지만 괜찮다고 하니 이번 주는 내내 귀찮게 굴면서 괜찮은지 어디가 더 아프진 않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부모님이 지금보다 더 가까이에 있지 않음이 종종 서운해지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눈앞에서 끙끙 앓지 않으니 궁금한 날들도 많아진다. 부디 조용히 가볍게 지나갈 수 있기를. 후유증도 병세도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고요하게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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