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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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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16. 2022

8월 15일 월요일

오랜만에 매거진적 허용 뒤에 숨어 화요일에 쓰는 월요일기

1. 월요일 휴무

지난주는 광복절 덕에 주말이 하루  길어졌다. 월요일 휴무인 주간엔 인간적으로 월요일기도 하루 쉬어갈  있으니까 오랜만에 매거진적 허용 뒤에 숨어 화요일에 쓰는 월요일기. 일기 쓰는 것이 '' 아니면서도 막상 쉬어가는 '휴식' 아니다 보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일기를 쓰는 것보다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켜서 일기를 써버리는  (종종 써서 눈앞에서 해치워버리는 )  편하다. 내가 읽기 위해 남겨두는 일기지만 쓰는 사람 역시 나뿐인 일기.


2. 운전

오늘의 운전은 아주 놀라웠다. 분명 양화대교 남단에서 크게 돌아 시내로 들어오라고 되어 있었는데 초행길이라 긴장하면서 양화대교를 그대로 건너고 말았다. 서울에서 가장 많이 지나간 길을 고르라면 단연코 양화대교를 건너 연희동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양화대교에 올라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아주 익숙한 풍경이 기가 막혔다. 평일 늦은 오후 양화대교 위에 있는 나와 내 차라니. 양화대교를 건너서 슬프도록 능숙하게 합정역을 다시 돌아 나와 오늘의 두 번째 양화대교를 탔다. 마치 기분은 연희동 어딘가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었지만 기가 막혀 남편과 전화통을 붙잡고 한참을 웃어가며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길은 짧으면 12km 길면 15km인데 오늘의 운전거리 22km. 집에 돌아와 그나마 익숙한 곳에 주차를 하고 나니 오늘의 길고 긴 퇴근길이 다시금 기가 막히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운전대를 놓아버리고 장롱면허가 되고 나니 서울에서 가장 답답했던 순간은 새벽 꽃시장을 갈 때마다 남편이나 친구를 귀찮게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혹은 택시를 타야 하거나 출근길 지하철에 겨우 끼어 타서 집까지 와야 했던 순간들. 또 하나의 순간은 연희동 곳곳에 있는 나의 가장 익숙한 골목들을 나 혼자 가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때 혼자 운전해서 아무 때나 엄마를 보러 갈 수 없다는 사실.


그중 하나의 퀘스트를 오늘 거의 깰 뻔했다.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퇴근길 양화대교를 두 번이나 건너면서 말이다. 남편은 나에게 운전 연수했다면서 그래도 막상 막히는 퇴근길이 1시간 걸리는 것치고는 10분 정도밖에 더 안 걸렸다며 위로했다. 그러면서 양화대교를 건넌 나를 비웃은 거 다 알고 있다 이놈.


운전은 하면 할수록 무섭고 하면 할수록 짜릿하다. 갈 수 있는 많은 곳들이 생기니까. 주말엔 어쩐지 답답하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는데 피곤한 남편을 이끌고 집을 나서기가 조금 미안했다. 그 순간에도 내가 운전을 조금만 더 잘하면 좋을 텐데 라는 마음이 숨을 쉴 때마다 머릿속에 떠올랐다. 집 앞 마트도 겨우 가는 내가 언제쯤 조수석과 뒷자리에 가족 친구를 싣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겠지.


3. 가을-바람

바람이 어느새 가을바람으로 바뀌었다. 습도도 많이 내려가고 아침저녁으로 끈적이는 공기도 사라졌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산책을 마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녹는 느낌이었는데 아마 이제는 시원한 음료 한 잔 들고 걸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날씨.


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은 아쉽지만 바람이 어쩐지 건조해지기 시작하니 조금 기뻐진다. 짧은 계절이지만 가을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니까. 여름에 보지 못한 바다도 보러 가고, 짧은 등산도 조금씩 다시 즐겨야지. 한강변에 가서 의자와 돗자리를 펴두고 몇 시간이고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4. 휴가

다음 주말엔 남편과 오랜만에 휴가를 가기로 했다. 남동생이 부산에 자리 잡은 지 거의 6개월이 지나가고 나도 바쁜 학기가 모두 끝나고 단축근무도 끝나가니 부랴부랴 연차를 썼다. 가자마자 좋아하는 장어덮밥도 먹고, 주말 내내 바닷가에 앉아 바다나 바라보다가 오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바다만 있으면 되는 그런 휴가. 그나저나 지금 노을 너무 예쁘다. 지금 노을부터 내일 아침까지 속세는 잊고 마음의 휴가로 들어간다. 그럼 모두 좋은 밤 보내세요. 꿈에서도 좋은 일만 있고 길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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