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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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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30. 2022

8월 29일 월요일

2주 만에 겨우 적어보는 월요일의 일기. 비록 화요일이지만.

1. 월요일기

지난주엔 여행을 다녀오느라, 이번 주엔 정말 너무 바빠서 월요일기를 쓸 수 없었다. 월요일기를 쓰지 않아서 생기는 아쉬움은 오롯이 미래의 내가 가져갈 것이라는 걸 안다. 내년 오늘의 내가 아마도 가장 궁금해할 올해 오늘의 나의 일기. 더 늦어지면 이대로 월요일기 문을 닫게 될 것 같아 적어보는 월요일의 일기. 물론 오늘은 화요일이지만.


2. 비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여름 내 내리던 비는 여름 더위의 기세와 합쳐져 어쩐지 조금 더 맹렬했던 기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내리는 비는 확실히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 덕에 조금 잔잔하고 추적추적 내리는 것 같다. 비가 내릴 줄 모르고 지난 주말 반짝 맑아진 하늘 아래 5시간이나 누워서 뒹굴거렸다. 돗자리에 캠핑의자만 있으면 한강에 드러누울 수 있는 이토록 여유로운 계절이라니. 여유를 되찾기까지 안팎으로 번거롭고 수고로운 여러 일들을 겪었지만 그래도 마침내 가을이 온 것에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 비가 그치고 나면 정말 진정한 가을이 되려나. 눈코입 모두 불편한 알레르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정말 여름은 끝났나 보다.


3. 일

최근 3주는 정말 일만 하고 지냈다. 물론 아주 급한 일을 마무리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주말여행을 떠나긴 했지만 돌아오자마자 새벽 어스름에 일어나 휴대폰 메모장에 해야 할 일 리스트를 15개나 적고 나서야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다. 정신없이 3주를 보내고 나니 어느덧 8월이 끝나 있는 모양새.


일 년에 4번 있는 큰 듯 작은 듯한 행사를 위해 사전 준비 2주 사후 처리 1주를 보내고 나면 일 년에 4번 1개월이 몽땅 증발해버리는 것 같다. 일에 파묻히지 않으려고 퇴근시간이 되면 무조건 컴퓨터 전원을 내리고 퇴근하고 있지만 그게 내일 아침의 나에게 계속 짐으로 다가와서, 막상 바쁜 날엔 이도 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결국 야근을 하기도 했다.


이왕 회사에 나왔으면 여유로운 것보다야 일이 많은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일을 안 하려고 미루고 또 없는 곳에서 여유를 찾는 조직에서 바쁜 사람은 그냥 멍청하고 부지런한 멍부일 뿐인 것을. 그래도 휴대폰 메모장에 해야 할 일 10개 넘게 지우고 나니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인다. 9월은 이렇게 숨통이 트이는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은데.


4. 고양이

강아지와 고양이 중에 고르라면 언제고 강아지를 먼저 고르는 편인 나에게 '고양이가 있는 집'은 뭐랄까 신비로운 공간 중에 하나였다. 한 7~8년 전쯤 오사카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아주 몸집이 크고 귀여운 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이름은 '피유', 프랑스어로 '바람'이라는 말이라고 했다. 그 고양이는 나를 보자마자 너무 무서웠는지 친구의 예쁜 겨울 코트에 오줌을 싸고 줄행랑을 쳤고, 나는 그 이후로 고양이를 보지 못했다. 3일 정도 친구네 집에서 머물면서 지내던 와중에 목욕물에서 뜨뜻하게 지지고 나와 마주한 건 바로 '피유'였다. 고양이는 꼬리로 다리를 감싸고는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라는 건지 알 도리가 없어 그저 피해서 방으로 올라왔는데, 그날 밤 방문 앞에서 얼마나 야옹거리던지. 친구가 내려가 빗질도 해주고 마음껏 예뻐해주고 나니 울음이 그쳤다. 그러고 나서 내가 방문한 '고양이가 있는 집'은 전혀 없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도 그리고 따로 초대를 받을만한 친분도 없었기 때문이겠지.


그러던 중 올봄 회사 선배가 고양이를 입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년 전부터 고양이와 강아지 입양 플랫폼을 들락거리던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묘연이 닿아 실제로 입양까지 했다니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사진과 영상을 잔뜩보고 고양이가 선배네 집으로 들어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기는 집에 온 지 2일 동안 밤에 잠도 안 자고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고 했다. 중성화 수술도 하고 어느 정도 집에 적응이 되었다고 듣자마자 바로 짐을 싸서 '고양이가 있는 집'에 방문했다.


남편은 고양이를 보며 귀여워하는 나를 언제나 의아하게 생각하곤 했다. 길고양이에게도 이름을 붙여가며 부르고, 강아지들이 산책하는 걸 보면 길 건너에서도 사랑의 눈빛을 쏘는 나를 바라만 보더니 어느샌가 나와 함께 강아지와 고양이를 귀여운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막상 가서 만지지도 못하고 예뻐하지도 못하지만 그저 남의 새끼 예쁜 건 잘 알겠으니까. 회사 선배네 집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도 그 집의 만화책이 둘러진 책장과 방 사진을 보고 조금 더 혹했던 것 같다. 물론 고양이도 귀엽다고 하긴 했지만.


주말에 디저트를 들고 선배네 집에 갔을 ,  멀리서 고양이가 우리를 보고 너무도 익숙하게 뛰어 내려와 다리를 감싸고 냄새를 맡았다.  순간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다!  고양이도 아닌데 이렇게 사랑스러울  있다니. 원래 고양이란 이런 존재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다. 고양이의 이름은 '새송' 언젠가 선배와 이야기를 나눌  음식 이름으로 애완동물의 이름을 지어야 오래 산다고 했었는데, 어쩐지 정말 새송이 버섯 같은 고양이가 우리를 맞이해줬다. 2시간이 넘도록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온갖 손님 접대를 하더니 결국 해먹에 누워 떡실신. 고양이는 18시간을 잔다는데 우리 때문에 2시간이나 못 자서 어쩌나 싶으면서도  모양새가 너무도 귀여워 집에 돌아오면서 고양이 사진과 영상을  번이고 돌려봤다. 고양이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라곤 '나만 없어 고양이' 인생. 아마도 8월의 가장 좋았던   하나가 '새송'이를 만난 일이 아닐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20살 되고 대학까지 가자. (고양이에게 최고의 덕담이라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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