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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ug 01. 2022

8월 1일 월요일

1일이 하필이면 월요일이라서 결국 쓰고 마는 월요일의 일기

1. 에어컨

하필이면 오늘 사무실 에어컨 청소 및 교체날이었다. 이렇게 찜통 같은 더위에 심지어 월요일인데 에어컨을 뜯고 말리고 닦고 재조립하다니. 하루 종일 사무실 층 여자 화장실에서 에어컨 구조물들을 닦고 말리느라 화장실도 못 가고 하루 종일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시간 정도 참다가 도저히 안 돼서 시설 관리하시는 분께 말씀드리니 우리 사무실부터 금방 달아주신다고. 그래도 1시간 반은 거의 찜통 속에 겨우 버텼다. 창문을 열어도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여름. 올여름은 진짜 유난히 참 덥다.


2. 가족

지난 주말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했다. 다행히 시댁과 친정이 차로 10분 거리라 주말 이틀이면 양가 어른들을 모두 뵐 수 있어 좋았다. 사이좋게 한 끼씩 함께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복날을 못 챙겨 늦은 삼계탕도 얻어먹고 몇 주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수원 갈비도 먹었는데 정작 엄마 아빠가 제일 환호한 건 연희동 사러가 피터팬에서 사간 소금빵이었다는 사실. 말도 안 되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선물로 들어와 가족 저녁식사 후에 단란하게 앉아 나눠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꽤 맛있었다. 슈팅스타 내 최애다 진짜. 또 사 먹고 싶은 맛.


최근 주말마다 이른 아침 일정들이 있어 늦잠은커녕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엄마도 보고 남동생도 보고 오랜만에 제대로 된 주말을 보낸 기분이 들었다. 트렁크 가득 과일이며 고기며 다리 마사지기까지 잔뜩. 서울에서 수원만 가도 이 정돈데 더 멀리 살았으면 어쩔 뻔했어 진짜.


3. 운전

6월 말 직장의 단축근무가 시작되고 거의 매일 운전을 한다. 주말에 잠깐 운전대를 내려놓으면 금방 다시 무서워지고 걱정이 앞서지만 막상 퇴근길 차에 앉으면 바로 익숙해진다. 8월이 오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바랐는데 이제 단축근무도 한 달 밖에 안 남았다니 벌써 아쉽다.


운전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퇴근할 때마다 매일 조금씩 다른 길로 오고 있다. 티맵에서 알려주는 길을 한 번 쓱 보고 다시 차 네비게이션을 찬찬히 따라오다가 아는 길에서 조금씩 기출 변형 중. 어젯밤엔 잠이 안 와서 운전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막상 답답한 마음에 차를 끌고 나가도 회사와 집 그 사이 어디뿐일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 언제쯤 산으로 바다로 훌훌 차를 몰고 떠날 수 있을까.


4. 8

일 년 12개월 중에 8번째 달. 그러니까 약간의 겨울과 봄과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거다. 다음 주면 입추라는데. 이러다가 추석, 가을,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에 연초까지 금방 오겠지.


업무를 옮기고 나서 모든 일이 10주 단위로 계속 돌아가다 보니 어쩐지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기분이 든다. 10주씩 4번의 정규 업무를 돌고 나면 3주씩 4번의 텀이 생긴다. 꼭 52주면 끝나는 일. 때로는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또 왕왕 매 순간 일이 시작되고 끝남에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3월에 새로운 업무를 맡기 시작했으니 어느덧 5개월. 늘 쉬웠다고 말할 순 없지만 (오히려 늘 일도 사람도 어려울 뿐이지만) 그저 나와 내 일, 내 책상만 잘 지키고 일하면 된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


이런 마음으로 8월을 보냈으면. 단축근무를 끝까지 잘 즐기고 조금 선선해질 9월을 맞이했으면. 잘 먹고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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