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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ul 25. 2022

7월 25일 월요일

35도를 찍어버린 7월의 마지막 월요일의 일기

1. 폭염

장마가 끝나니 폭염이 왔다. 구름이 둥둥 떠있는 모양새가 어쩐지 무더위를 예상케 하긴 했지만 이렇게 더울 줄 몰랐다. 에어컨을 켜고 있어도 계속 습한 공기가 들어오는 한낮의 더위를 겨우 이겨내고 퇴근하는 길, 차가 한참을 달궈져서 그런지 에어컨을 아무리 틀어도 시원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위아래로 에어컨을 틀고 시트까지 시원하게 틀고 나서야 겨우 더위가 식혀졌다.


주말 사이 텔레비전 채널을 한참 돌리다가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뉴스를 봤다. 40도가 넘는 폭염에 산불이라니. 어쩐지 정말 불구덩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겨울은 점점 추워지고 여름은 점점 뜨거워지는 이상한 시간들.


2. 식사의 즐거움

나한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주저하지 않고 가장 먼저 말하는 게 바로 ‘쭈꾸미’인데 매번 제철을 조금 빗겨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쭈꾸미를 먹기로 한 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을 정도로 쭈꾸미를 좋아한다. 예전 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쭈꾸미 식당이 있어 자주 가곤 했었는데, 지금 직장 근처는 작지만 대학가이다 보니 죄다 돈까스 아니면 떡볶이가 모든 식당의 고정 메뉴일 뿐 쭈꾸미는 찾아볼 수가 없다. 쭈꾸미 식당은 없어도 낙지를 파는 곳은 더러 있는 편이라 찾아봤지만 수제비나 칼국수에 들어간 뽀얀 낙지만 있을 뿐. 내가 좋아하는 빨간 양념의 낙지 메뉴는 없어 아쉽던 참이었다.


소도 일으킨다는 낙지를 여름 보양식으로 먹어야겠다며 남편에게 노래를 불러 오랜만에 마트에서 낙지 한 마리를 사 와 고구마순에 대파, 양파에 미나리까지 잔뜩 넣고 빨갛고 맛있게 만든 낙지볶음 덕에 주말부터 오늘까지 아주 즐거운 식사시간이었다! 거기에 남편이 끓여둔 미역국까지 한그릇 뚝딱 먹으니 월요일의 은근한 스트레스가 날아갔다.


오늘처럼 이렇게 두둑하게 배를 두드리며 아직 해도 안 진 창밖을 내다보면 행복은 정말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혹은 오늘의 행복은 정말로 가까이에 있을지도.


3. 대화

얼마 전부터 나를 괴롭히는 일이 있다. 회사와 관련되어 있어 퇴근하면 곧바로 잊어버리려 노력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면 늘 불편하고 곤욕스러운. 지난주에는 동료와 함께 그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느끼게 되었다.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랄까. 아마도 나를 괴롭히는 일이 아니라 나를 괴롭히는 존재라고 정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과거의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여우같이 구는 동료들이었다. 그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때로는 투닥거리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강점을 배우기 위해 언제나 경청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려고 노력했다. 그 순간들이 괴로웠지만 지나고 나면 어딘가 성장한 느낌이 드는 대화들과 시절들이었는데. 지금 나를 괴롭히는 일은 그저 나에게 변명을 하게 만드는 어떤 치명적인 악조건일 뿐 전혀 도움도 배움도 없다. 그저 외면하고 또 뒤돌아 그 존재와의 대화를 곧장 끊어내고 싶었을 뿐.


어느 순간 사회에서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긴 아주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포괄적으로 유사성을 가진 사람들은 늘 만나왔었는데, 큰 틀에서의 유사성이나 아주 작은 공통점도 없는 동료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이 꽤 많은 에너지를 들인다는 점에서 아주 큰 피로도를 느끼고 있다. 동료와 대화가 통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걸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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