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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10. 2022

11월 7일 월요일

코로나에 걸려버린 월요일. 느지막이 기록하는 이번 주의 일기.

1. 코로나

그렇다.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걸렸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도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얼마나 아픈지 약은 먹을 수 있는지 같은 실리적인 것이 중요한 것일 뿐. 이미 벌어진 일의 인과관계를 따지기에는 몸이 아주 아팠다. 과거형인 이유는 정확히 4일 만에 살아났기 때문이고 열이 떨어지고 가래를 동반한 기침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나니 몸이 가벼워졌다. 사실은 몇 달이고 전부터 이렇게 쉬고 싶었던 나의 간절한 마음이 어디에 가서 닿았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평안을 되찾고 있다.


임신 중 코로나에 걸리면 어떻게 되느냐. 타이레놀을 제외한 어떠한 약도 쓸 수 없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신 중에는 소량의 비타민 A가 들어가 있는 종합비타민도 기형아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웬만한 산모가 꺼리기도 하고, 자궁 수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강황이 함유된 카레도 피하는 산모들도 있기 때문에. 내 몸 하나 아픈 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다들 버텨내곤 한다. 


약의 어떤 성분이 아기에게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일으킬지 지금 당장 알 수 없어서, 나중에 아기를 마주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무게가 무섭고 걱정되기 때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산모가 숨도 못 쉬고 죽어가느라 태중의 아기를 돌보는 것도 또 하나의 책임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보건소에 연락해 원스톱 진료가 가능한 산부인과를 연결받았다.


80년대에 있었을 법한 아주 작은 동네의 산부인과에 들어가서 초음파를 봤다. 초음파 화질도 예전 가족 드라마에 나올 법한 엄청난 화질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방호복을 입고 나를 진료하셨고 간호사 선생님은 내가 들고 나는 모든 길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셨다. 건물 입구 앞에 의자를 하나 내어주시더니 확진자니까 그곳에 앉아 기다리라고 해서 기운 없는 와중에 킥킥거리면서 웃기도 했다. 나 하나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생이네 싶으면서도, 어제까지 일반 산모였는데 오늘은 확진 산모라 이렇게나 다른가 싶으면서도 묘했다 기분이.


그래도 찾아보니 꽤 잘 대처한 것 같기도 하고, 타이레놀 말고도 진해거담제 2종류와 타이레놀ER(8시간마다 복용하는 650mg), 헥사메딘이라 불리는 소염 가글, 그리고 위장약까지 든든하게 받아와 꼬박 3일을 먹었다. 


*코로나 확진 산모 대면 진료 프로토콜

1. 권역 내 보건소(다산콜센터 120)로 유선 문의 혹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스톱 진료기관 정보 검색

https://ncov.kdca.go.kr/static/pclinic5.html

2. 원하는 병원 (예. 산부인과) 검색

3. 병원에 연락하여 대면진료 가능한지 문의

4. 기타

 - 초음파 확인 및 수액 처방은 원스톱센터의 대면 진료 가능한 병원으로 연락

 - 처방전이 필요한 경우, 원래 다니던 산부인과에 1차 문의 필요

 ※ 미래와 희망 같은 경우, 유선 연락하여 비대면 진료를 의뢰했고 1시간 정도 후에 주치의 원장님께서 전화 오셔서 직접 유선 진료를 봐주시고 관련된 약을 처방해주셨다. 아기 태동이 줄어들었다, 혹은 배가 뻐근하다 등의 기본적인 산부인과적 문의도 진행했고 임산부 고열로 자궁 온도 상승 및 수축 가능성이 있으니 열 내리는 데에 집중하고 그 이후에 내원하라고 하셨다. 처방전은 집 근처 약국으로 원무과에서 팩스를 보내줘서 편하게 수신하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2. 그래서 얼마나 아프냐면

진짜 아팠다. 확진 1일 전부터 목이랑 코가 마르기 시작했고 미열도 있었다. 그때부터 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 아무래도 독감에 걸렸나 보다 생각했다. 집에 박스로 쌓여있는 키트를 아무리 찔러봐도 음성이기에 당연히 코로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확진 당일 이비인후과에 전화해 임산부 수액 맞춰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내원했다. 열을 재보더니 38.5도라고 해서 그 길로 바로 옷을 뒤집어 까서 배를 식혔다. 집에 체온계가 없어서 열이 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미련하게. 그리고 코를 찔렀는데 내 앞사람도 그 앞사람도 모두 코로나 음성이라기에 나도 음성이겠거니 했다. "양성입니다." 그리고는 "산부인과에 가서 약 처방받으세요. 이비인후과에서 처방해드릴 수 있는 약은 타이레놀뿐입니다." 그 길로 프로토콜에 맞춰 여기저기 연락해서 진료받고 처방받아 집에 왔다. 그날도 목도 코도 타들어갔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확진 2일 차 열은 계속 38도를 넘나들고 돌발성 오한이 계속 있어 이불로 온 몸을 꽁꽁 싸매면서도 배는 여전히 드러낸 채 누워있었다. 손부채질을 하기도 하고 아이스팩을 손수건에 둘러 등 쪽에 대어 두기도 했다. 산부인과 원장님이 밤늦게라도 태동이 없으면 응급실에 곧장 가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예의 주시하고 있었는데 적어졌을 뿐 아예 안 움직이지는 않아 밤을 꼬박 보냈다. 남편은 5시간에 한 번씩 타이레놀 500mg을 손에 쥐고 입에 넣어주기도 하고, 120ml짜리 유리잔에 굽어지는 두유 빨대를 꽂아 계속 물을 마시게 해 줬다.


확진 3일 차 열이 조금 떨어지기 시작해 37도. 오한도 고열도 사라지니 이제 좀 살만했다. 목이 찢어질 것 같았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물렸다. 과일도 먹고 사과즙도 먹어가며 버텼다. 그래도 열감이 떨어지고 나니 그제야 낮잠도 자고 늦잠도 잘 수 있었다. 몸이 좋아지는 순간들마다 땀이 뻘뻘 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기관지도 보송보송해져서 좋았다. 가래를 동반한 기침이 심해져서 자는 남편 귀에 대고 계속 기침을 퍼부었다. 남편은 2주 전에 이미 확진된 상황이라 이번엔 회사에서 배려해주셔서 재택으로 돌려 함께 집에 있었다.


확진 4일 차 밤사이 마지막 열이 났는지 땀이 엄청났다. 잠에 제대로 들지 못해 소파에 4시간이나 누워있다가 겨우 일어나 잠에 들었다. 드디어 36도. 피로감-열-목-가래-코 순으로, 오늘은 코가 가득 차서 누워있지 못하고 계속 앉아있었다. 낮잠도 늦잠도 이제 딱히 오지 않고 그저 여전히 보리차와 생수를 번갈아가면서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알레르기 증상도 좀 올라와서 커튼을 걷어서 삶았다. 방 안에 습도도 올라가고 콧 속 불편감도 많이 사라졌다.


과일을 많이 먹으니 아기는 신나서 계속 움직이고, 남편은 내 덕인지 내 탓인지 쉼 없이 한우를 구워  매 끼니 내고 있다. 그 사이 에놀라 홈즈2도 챙겨 보고 헤어질 결심도 한 번 더 봤다. 이제 남은 3일은 부디 아프지 않고 철없이 따분하게 그렇게 보냈으면. 코로나 정말 끝까지 안 걸리고 싶었는데 결국 막판에 걸리고 말았던 25주 임산부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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