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요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Oct 30. 2023

10월 30일 월요일

8번의 월요일을 남겨 둔 10월의 마지막 월요일기

1. 10월

10월이 끝나버렸다. 작년 10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기억이 나는 그런 날이었다. 가까운 곳의 다행들과 먼 곳의 불행들이 겹쳤던 날. 주말이었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럿의 안녕을 묻고 살폈던 날. 그렇게 1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다시 10월이 왔다. 11월이 시작되면 다시금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하며 겨울을 기다리겠지.


2. 한 줌의 시간

지난여름, 휴가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봤다. 그 영화를 보기 전과 후의 내 마음가짐, 그러니까 엄마로서의 태도가 아주 약간 달라졌다.


우선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양자경은 너무도 동양적인 아니 한국적인 엄마를 연기하는 데다 어이없지만 진지한 스토리 전개에 한없이 싸우고 사랑하는 모녀관계가 웃기면서도 슬펐던 영화였다. 마치 작년의 내가 틈만 나면 ‘헤어질 결심’을 끼고 살았던 것처럼, 올해의 영화는 그저 에에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올해는 영화를 5편도 안 본 것 같지만. 여하튼.


아기를 육아하며 에에올에서 나온 ‘한 줌의 시간’이라는 대사에 꽤 많이 의지를 하고 있다. 지금 우는 이 시간도, 햇살처럼 밝게 웃는 이 모습도 모두 지나고 나면 오지 않을 아주 찰나의 시간이라는 것을. 스스로를 위로할 때도 스스로를 격려할 때도 모두 떠올리게 된다.


아기는 정말 많이 울지만 때로는 하염없이 웃는다. 나를 반기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엄마인 내가 아기를 향해 보여주는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 모성애는 조금씩 쌓여간다면 아기에게 엄마란 세상의 전부니까. 적어도 0세인 지금은. 아기가 나에게 눈으로 입으로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들은 어찌해도 기록할 수가 없다. 때로는 눈짓이기도 때로는 스킨십이기도 한 그 순간들. 우는 순간에도 웃는 순간에도 이 시간 모두가 아기에게 그저 흘러가는 한 줌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무척 아쉽다가도 때로는 위안이 된다.


그렇게 어느덧 아기와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을 기다리며 버티고 또 버틴다. 말 못 하는 아기와 24시간을 보내며 육아를 하는 이 시간을 사실 버틴다는 표현 외에 또 어떤 말로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매일 버티기 수월해지고 있다. 앞으로가 기대될 만큼.


3. 한강

서울에 오고 가을이 되니 한강이 떠올랐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엔 꼭 한강에서 노을을 보곤 했다. 완연한 가을이 되면 낮부터 저녁까지 쌀쌀한 강바람을 맞으며 그저 어영부영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아기의 짐을 짊어지고, 아기를 짊어지고 다녀온 한강은 여전히 좋았다. 물론 오가는 길 아기가 울었고 한강에서도 여전히 안아달라 보챘지만 처음이니 괜찮았다. 내년 가을쯤엔 함께 즐길 수 있겠지. 이 멋진 계절을!




매거진의 이전글 10월 16일 월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