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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Sep 14. 2020

9월 14일 월요일

적게 자고 많이 걸은 월요일

1. 또다시 불면

지난주부터 조금씩 다시 시작된 불면. 다시 커피를 줄이고 산책을 늘리는 삶을 시작했다. 어제도 오늘도 만 보 넘게 걸으며 숙면 레이스를 시작한다.


여름휴가 동안 잘 먹고 잘 쉬었던 심신안정에서 또다시 찾아온 불면은 정말 불쾌하다. 침대는 딱딱하고 공기는 갑갑하고. 아주 작은 생각이 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새벽이 얼마나 무용하고 피로한 지. 머리만 대던 잤던 과거의 나 감사한 줄 모르고 잘 잤었네. 돌아와 줘라 당산동 코골이.


2. 가을의 짜이

지난주 성수동에 다녀왔다. 이제 조금 익숙해진 길가에 ‘높은 산’이라는 짜이 전문점이 생겼다. 가을의 짜이.


이제는 없어진 망원동의 ‘망원정’이라는 카페에서 내 인생 첫 짜이를 마셨다. 한겨울 발레 수업 전 차가운 속을 달래러 다녔던 카페. 귀여운 길고양이들이 언제나 난로 주변을 메웠단 곳에서 알싸한 할라피뇨 샌드위치에 짜이 한 잔 혹은 따뜻하게 데운 라벤더 우유를 마셨던 풍경은 언제나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렇게 ‘망원정’이 사라지고 짜이를 마실 곳도 사라졌다. 운 좋게 성수동에서 짜이를 마시다니. 아주 작은 공간에서 쿠키와 차를 내는 풍경이 정겨워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 가을의 짜이.


성수동 높은 산. 짜이 전문점.

3. 화관

한 달 전쯤, 친구의 좋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화관을 만들어 선물했다. 나의 작은 꽃이 큰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다. 더 많은 사람에게 나의 꽃을 선보이고 싶어 졌다. ‘아직은’이라는 마음에서 ‘이제는’이라는 마음.


통통 튀는 색감의 화관을 만들어 친구와 재밌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은 아기 화관. 꼼꼼히 적어 내려간 안내와 작은 엽서, 그리고 수채화 그림을 더해 많은 사람에게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꽃에 진심을 담은 지 2년 차. 이제 꽤 많은 꽃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이렇게 몇 날 며칠 한 작품을 부여잡고 고민하고 수정해보긴 처음이었다.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다. 나에게 좋은 시도가 되어주길, 그리고 아기들의 좋은 날 좋은 꽃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모든 요일의 방 - 아기 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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