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요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Sep 21. 2020

9월 21일 월요일

아침 바람이 꽤 쌀쌀했던 날의 일기

1. 상대적 거리두기

비일상적인 시기가 어느덧 6개월이 지나가니 각자 서로의 기준에 따라 ‘상대적’ 거리두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내 주변 지인들만 봐도 아예 외출을 안 하는 철저한 사람부터 외출은 하지만 외식은 아예 하지 않는 사람, 외식과 음주 모두를 즐기는 사람 등 다양한 케이스들이 있다.


상대적 거리두기의 모든 상황을 존중하는 편이지만 나는 주로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마스크 없는 사람들에게 크게 화가 난다. 생판 남에게 삿대질하며 화낼 용기는 없으니 매번 그들이 지나가고 나면 조그맣게 분노를 표출한다. 나도 마스크 없이 산책하는 게 얼마나 후련한 지 안다고요.


얼마 전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는 법으로 소개된 한 신경정신과 의사의 글에서 가장 신선했던 제안은 ‘나보다 유연한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하지 않기’였다. 너무도 탁월해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상은 최대한 유지할 것’이라는 항목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지난 한 달간 아침 혹은 이른 오후에 한 시간 정도 쉼 없이 걸었다. 선유도 공원이나 한강공원을 빠른 걸음으로 걷기도 했고 집 근처 작은 공원들을 걷기도 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치열한 시간의 산책은 웬만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기분 좋은 일탈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일상 돌봄에 지칠 대로 지친 우리가 큰 동요 없이 또 하나의 계절을 맞이하는 방법. 모두에게 그런 일상이 있었으면 좋겠다.


2. 알레르기

가을이 되고 바람이 바뀌어 마음이 일렁였다. 그리고 이윽고 찾아온 환절기 알레르기로 눈코입 귀목 모두가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가 갑자기 콧물에 재채기가 나서 타이레놀을 3알이나 먹고 코로나 검사를 받아봐야 하나 고민하다가 불현듯 아 알레르기. 지르텍으로 평화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계절의 불편함을 다시금 떠올렸다. 코로나 시대엔 미열도 큰 걱정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지르텍이 살렸다, 나의 정신 건강. 지르텍 만세!


3. 회사 다녀오겠습니다

남편의 재택이 3주 만에 끝났다. 회사에서 이고 지고 온 컴퓨터를 다시 큰 박스에 담아 출근을 했다. 남편의 동선을 간섭하며 지냈던 시간을 마치니 시원섭섭한 기분.


지난 3주 동안 휴직자와 재택근무자로 이루어진 우리 2인 가구는 24시간 모든 일정을 공유하고 삼시 세 끼를 해 먹고 잠에 들면 그다음 날의 삼시 세 끼를 맞이하곤 했다. 냉장고 문에 이번 주 식단을 짜서 적어두고 갓 지은 밥을 나눠 먹은 단란함 뒤에 집안일 전쟁도 한 차례 있었지만 꽤 좋은 시간이었다. 물론 나는 혼자 집에서 노는 데 이미 이골이 나 있었으니 좋았지만 남편은 글쎄. 조금 번거로웠을 지고 모르겠다.


곧 복직을 앞두고 오랜만에 나도 회사에 갔다. 여름 내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었던 관성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옷을 골라 입었다. 최대한 꾸밈없이 하지만 없어 보여서도 안 됐다. 대체 나는 무슨 신발을 신고 어떤 가방을 메고 회사에 다녔던 건지 도대체 알 도리가 없다. 티 쪼가리만 잔뜩 남은 내 옷장. 여하튼 다음 주부터 저도 회사 다녀오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9월 14일 월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