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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pr 22. 2021

4월 19일 월요일

머리를 잘랐습니다

1. 숏단발로 해주세요

지난주 오랜만에 타인의 카메라에 찍힌 내 모습을 보고 바로 미용실을 예약했다. 2년 간 숏컷에서 단발로 그리고 중단발로 겨우 기르고 있었는데 그 끈기와 인내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아침부터 연이어 마신 에스프레소 몇 잔과 한낮에 마신 칵테일 덕에 올라온 취중진담 같은 마음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부랴부랴 미용실에 전화해 저녁 마지막 시간을 예약했다. 고작 한 뼘 정도의 머리를 잘라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간편하고 가벼운 걸 왜 진작 안 잘랐을까. 단발의 늪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인생.


2. 열흘

4월의 후반 열흘을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것에 맞춰 생활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아침밥을 먹는 대신 저녁밥을 줄인다던지 산책을 강제로 나간다던지 자정이 되기 전에 침대에 눕는다던지 하는 것들.


4월 한 달의 휴직을 돌아보니 초반 열흘은 조금 바빴고 중반 열흘은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을 다녀오는 이른바 쿨다운 기간을 보냈던 것 같다. 정신 차려보니 이제 후반 열흘만 남아버린 상황. 마치 지뢰 찾기의 지뢰처럼 휴직이 계절에 한 번씩 계획도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난데없이 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그 반대에도 의연하게 굴게 되었다.


남아있는 열흘 중 두 번 째날인 오늘. 오늘은 아침부터 김밥을 잔뜩 말아 아침밥을 먹고 빨래를 개키고 물을 한 솥 끓여두었다. 일상을 가꾸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3. 스트레칭

요 몇 주간 요가를 두어 번 밖에 못 했다. 그 대신 알람 없이 일어나는 귀한 아침에 눈썹부터 발 끝까지 크고 작은 스트레칭을 했다. 눈꺼풀 아래에서 눈알을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손마디 마디로 눈썹과 귓볼을 마사지하기도 한다. 뱃속 가득 공기를 넣었다가 빼내고 발목을 밀고 당긴다. 아주 소소하고 짧은 스트레칭을 마치고 일어나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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