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요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Jul 12. 2021

7월 5일 그리고 12일 월요일

한 여름의 무시무시한 퇴근길

1.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나와 남편 우리 둘 관계만 놓고 봤을 때 코로나는 의외의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오히려 관계가 더 돈독해졌달까. 남편의 재택근무와 나의 지난 휴직기간이 겹쳤을 땐 휴가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24시간 내내 붙어서 삼시세끼 내내 새 밥을 지어먹고 산책을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지난 계절들을 보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도 끝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가까운 사람들 특히 전 회사 동료들의 대다수가 빠르게 백신을 맞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가 부모님의 차례도 돌아와 그저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지난 일 년간 축적된 경험으로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외출하고 좋아하는 카페에 갈 때면 언제나 오픈하자마자 들르는 부지런함을 떨기도 했다.


이제까지의 적당한 정도의 피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남편은 이 더위 뙤약볕에 업무 중 짬을 내 산책을 다니고 나는 저 구석에 모아뒀던 두꺼운 마스크를 꺼내 쓰고 출근을 한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여름이 낭비되는구나.


2. 한약

한 달 전쯤 한의원에 갔다. 한약을 지었고 하루 세 번씩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한약 덕인지 소화도 잘 되고 손발이 따뜻해 매일 밤 땀을 뻘뻘 흘리며 잠에 들었다. 에어컨을 아무리 쐐도 언제나 손끝까지 온기가 느껴졌다.


처음은 엄마가 이번엔 아버님이 귀한 돈과 시간을 들여지어 주셨으니 또 열심히 먹어봐야지. 2인 이상 집합 금지 소식에 몇 없던 저녁 약속도 모두 취소했고 그 덕에 이번 박스는 술 한 잔 곁들이지 않고 더욱 착실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양가의 열렬한 응원 잘 알겠습니다. 예.


3. 의자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올 초부터 식탁에 얇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일주일을 다 합쳐도 몇 시간 안 쓰던 식탁을 매일같이 8시간이 넘게 남편 책상으로 사용하면서 조금씩 긁히고 상하기도 했다. 그래도 큰 식탁을 사둔 덕에 재택근무 내내 책상으로 잘 썼으니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럼에도 이번에도 역시 나답게 미리 다음번에 살 식탁을 알아봤었다. 하얀 상판에 쭉 뻗어 세련된 직선의 스틸 다리의 식탁. 그리고 계획보다 조금 일렀지만 지난 주말 식탁을 샀다.


소파를 사는 데에 3개월이 넘는 시간을 썼던 것과는 다르게 식탁쯤은 오히려 더 쉽게 고를 수 있었다. 다만 이제 영겁의 시간을 들여 의자를 하나씩 들일 차례.


남편과   전부터 사고 싶다고 마음을 모았던 의자. 시트와 등받이는 나무로 다리는 귀여운 색감의 스틸로  의자. 처음 봤을  너무 귀엽나 싶다가도 (무려) 핀터레스트를 뒤져 외국 다이닝룸의 레퍼런스를 보다 보면 이렇게 세련될 수가 없는 그런 의자. 어쩐지 남편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졌는지 매일 저녁 여러 색감을 조합한 의자를 구경한다. 어서 우리 집에 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6월 28일 월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