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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파 Nov 05. 2021

#7. 완벽한 아이 팔아요

2021. 07. 14.

오늘의 그림책


완벽한 아이 팔아요 

미카엘 에스코피에

그림 마티외 모네

출판사 길벗스쿨



  아이를 파는 ‘아이마트’가 있다는 상상이 어쩐지 섬뜩한데? 하는 첫인상을 가지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완벽한 아이’ 바티스트. 입 댈 것 없는 완벽한 아이. 지성과 인성을 두루 갖춘 아이다.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배가 고파도 괜찮아요. 부모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주는 완벽한 아이다. 고상하게 책을 들고 있는 바티스트와 과자 부스러기를 쇼파에 질질 흘리며 TV를 보는 부모가 함께 등장한 장면은 어쩐지 아이와 어른이 바뀐 것 같기도 했다. 화낼 일도, 갈등할 일도, 잔소리할 필요도 없는 바티스트를 키우는 데는 손이 별로 가지 않을 것 같다. 아직 애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어쩐지 내 도움이 필요 없는 아이, 내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아이, 이미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아이가 내 아이라면 어쩐지 서운할 것 같다.



애는 낳아보지도 키워보지도 않았지만, 나는 일터에서 매일 아이들을 만난다. 힘든 것으로 악명 높았던 (사실 실제로 겪어보면 그리 힘들기만 하진 않았다.) 나의 첫 발령 학교에서 만난 어느 장학사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이 학교에선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이미 학원에서 다 배워온 아이들에게 복습을 시키는 수업이 아니라, 나에게 배우는 것이 처음인 아이들에게 진짜 가르치는 경험하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땐 말은 쉽지, 장학사님이 와서 가르쳐보세요. 라고 속으로 꿍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내가 가르쳐주기도 전에 이미 다 알고 있는 아이들. 내가 잔소리 할 것이 하나도 없는 아이들은 어쩐지 서운하다. 내가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빈틈을 메워주고, 또 내가 가진 빈틈을 아이들이 메워주는 그런 역동이 일어나는 교실이 더 생기 있다. 

완벽한 아이가 하나도 없는 곳, 

완벽하지 않은 이들이 모여 있어야만, 무언가가 일어난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멋진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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