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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가 지나온 길을 이해하게 된다면

by 오맑음

차들이 서로의 뒤를 바짝 붙여 가는 길 위에서 창밖으로 해가 누워가는 걸 보다 당신이 생각났다. 가만히 혼자서 허깨비 같은 당신의 상(像)을 빌려와 당신을 그리워하다, 미워하다, 기울어가는 햇살에 눈이 베었다가 눈꺼풀을 깜빡이며 다시 초점을 잡아 당신을 그리다가 다시 미워하다가 그냥 눈을 질끈 감았다. 당신이 내 등을 간지르다가 나를 앞서갔으면 좋겠다. 조금씩 뒤처져 작아지는 내 모습을 보며 마음을 졸였으면 좋겠다.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내가 따라오지 않아 후회하며 마음이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혼자 너무 멀리 가버린 내 마음을 탓하지 않아도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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