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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자! 페달보드 톤 메이킹! #2

by 현진형

[ 알리 복각 Analogman King of Tone ]

Analogman KOT는 내 페달보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드라이브다. 이 페달의 왼쪽 채널은 항상 켜두고 있다. 기본 클린 톤을 약간 밀어주는 역할. 그래서 이건 무조건 항상 켜져 있어야 하고, 시그널 체인 중간에 있어야 한다.


[ TS9 DX ]

TS9은 미드 부스트 전용. 솔로에서 소리를 앞으로 내야 할 때 켠다. 하지만 이게 KOT 앞에 있을지, 뒤에 있을지 애매했다. 고민 끝에 KOT 뒤에 두었다. 소리를 부풀리기보단 밀어주는 부스트 역할을 하도록.


[ Xotic BB preamp ]

BB Preamp는 클린 부스트. 톤은 건드리지 않고, 볼륨만 올려주는 역할. 이 역할을 정말 끝내주게 잘한다. 볼륨 부스트의 기본. 이건 TS9보다 앞에 있어야 했다. TS9이 미드를 내세운다면, BB는 전체 게인을 밀어주기 때문이다.


[ 알리 복각 Gladio ]

Gladio는 아주 약한 오버드라이브. KOT를 켜지 않았을 때 이걸로 기본 톤을 만든다. 그래서 시그널 체인의 앞단에 두었다.


[ Shur Riot ]

하이게인용. 클린한 환경에서 쓰기 때문에 맨 뒤로 보냈다. 다른 오버드라이브들이 영향을 덜 주게 하려고.


[ Joyo Noisegate ]

Noise Gate는 Riot 뒤에. 게인이 많은 페달 뒤에 둬야 효과가 제대로 나오기 때문.


[ Nux Amp Academy ]

Amp Academy는 드라이브 스택 뒤, 공간계 앞. 여기서 앰프 소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딜레이와 리버브는 이 뒤에 둬야 자연스럽게 들린다.


[ Boss CE-5]

코러스는 공간계 중 유일하게 드라이브 앞에 둬도 나쁘지 않은 모듈레이션이지만 앰프 시뮬 뒤로 뺐다. 이게 느낌상 더 깔끔했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하나씩 순서를 바꿨다. 각 페달을 실제로 켜보며 바뀐 체인에서 소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테스트했다. 그동안은 세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설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페달을 어디에 둘지, 어떤 역할을 맡길지. 기타 톤은 결국 이런 설계의 합이었다. 페달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순서의 중요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걸 실감했다.


시그널 체인을 다시 구성하면서 나는 나에게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던졌다.

- 이걸 왜 여기에 두는가?
- 이 페달이 여기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
- 이걸 켰을 때 내가 원하는 소리가 맞나?
- 톤은 쌓는 건가, 깎는 건가?


그 질문을 계속 하면서도 쉽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예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노브를 돌리게 됐다. 이제는 손끝에 전해지는 미묘한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진다. 톤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다음은 세팅이다. 페달 하나하나의 노브를 돌려야 한다. 그건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순서를 바꾸는 것보다 훨씬 재밌는 과정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어떻게 쌓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나답게 만들지'를 고민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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