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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ung Kim Mar 20. 2017

아이와 함께 배우는 에티켓

1. 스포츠 관람 편

어리 시절에도 그렇고 성인이 되어서도 스포츠 중계나 스포츠 뉴스는 잘 보지 않았다.

직접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 관심사 밖의 일들이라 경기를 보러 간 경험도 당연히 없었다.


그러다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지면서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문득 지난 5년간의 독일 유학 생활들을 쭉 돌이켜 보았을 때 아쉬웠던 것들 중에 하나로 '축구관람'을 생각했다.

그래서 스포츠를 직접 눈으로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괜히 부연 설명:

유학 당시,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 살았는데,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장이 집에서 지하철로 2 정거장 거리에 있었고, 축구 경기는 연중 내내 있었다.

또, 바이에른 뮌헨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항상 상위권이기에 일 년 내내 주변이 들썩들썩했음에도, 즉 필요충분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축구경기를 보지 않았다-




1. 공 놀에서 경기로

남자아이들은 으레 그렇듯이 공놀이를 좋아하고, 대근육 소근육이 발달하는 4세 이상이 되면,  공을 정확히 차고, 드리블도 하고 슛도 하게 된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들이 있는 집 부모, 특히 주양육자인 엄마는 이 시기에 아이와의 놀이에서 전화점을 맞게 된다.

적당히 공을 주고받고 하던 것에서, 규칙을 설명하고, 연습을 같이 해줘야 한다.


2. 눈으로 보고 따라 해 보기

지난해부터 아이와 함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떤 설명 없이 함께 보는 것으로 만족했으나, 몇 번 보다 보니 경기 규칙을 알고 보면 더 경기에 집중할 수 있고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다.

또, 아이와 집 앞 공터에서 축구를 하더라도, 집안에서 농구를 하더라도 조금씩  기술을 설명해 줄 수 있어서 더 재미있다.

아이는 자신이 보았던 선수들의 동작을 나름 진지하게 따라 하기도 한다. 물론 디테일한 규칙과 포즈 설명 등은 관심이 훨씬 많은 아빠의 몫이고, 엄마는 상대 역할만 해주면 된다.


3. 품격 있는 응원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는 선수들끼리의 경기를 넘어서 그 팀을 지지하는 서포터스들의 경쟁이기도 하다.

운 좋게도 대부분 스포츠들의 홈경기를 관람한 덕분에 경기 이외의 볼거리도 많이 있었고, 여러 가지로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도 배웠다.


내가 지지하는 팀을 응원함으로써 공동체의 힘이 어떤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서로 힘을 합하고 응원해주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아이가 직접 볼 수 있다.

단, 짧은 경기시간에 한정된 공간에서 정신없이 움직이는 농구 경기는 도무지 응원소리 때문에 집중하기기 힘들었다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다.


또, 이 공동체의 힘이 지나치면 퍽 난감하다.

 심하면 경기 자체의 매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아이에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농구에서 상대팀이 자유투를 하면 홈팀은 일제히 야유를 보낸다.

신경전이다.

축구에서 심판이 혹여, 우리 팀에 오심의 호루라기를 불었을 때, 한 목소리로 심판에게 야유를 보낸다.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야구에서 상대 투수가 데드볼을 던졌을 때, 인격을 비하하는(?) 투의 야유가를 가차 없이 쏟아낸다.

똑바로 해라 이거다.


우리 팀에게 힘을 주는 응원자이자, 우리 팀을 편파판정으로부터 보호하고, 패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돕는 감시자 역할을 한다는 이미지로서 서포터스는 좋은 활동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건대,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어린아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거운 관람이 되어야 하기에 응원 문화가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놀이를 통해서도 배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만 대한민국 외친다고 애국심이 자라는 것이 아니다.

열정적이지만 젠틀하게 응원하고, 서로 격려해주는 에티켓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동네축구, 동네야구, 동네 농구에서 꽤 괜찮은 어른들의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

소소한 에티켓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경기 관람 문화가 자리 잡으면 대~한~민~국! 을 외치는 아이들도 어른들도 함께 더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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