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까지 무리를 해서 집을 샀단 말이오?

그저 내 집 한 채가 갖고 싶었습니다.

by Eunjung Kim

<은전 한 닢>

"나는 한푼 한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여덟 닢을 각전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 피천득, 수필집 《인연》 중-


나도 모르게 주먹이 꼭 쥐어진다. 마치 내 손에도 귀한 은전 한 닢이 있는 것 마냥.


무더위가 한 풀 꺽인 듯, 햇살은 따갑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8월의 어느 날, 이사를 했다.

세상에 내 집 없는 사람이 나 하나겠냐만, 결혼 후 총 네 번의 이사를 하면서 이래저래 속앓이를 하다보니 사람들이 왜 내집, 내집 하는지 알것 같았다 . 사방에 널린게 아파트인데 왜 우리집은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아직 젊으니까 살면서 내 집 하나 장만 못하겠나 했다. 또 그렇게 얼마를 살다보니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언제,어떻게 내 집 장만을 할까 남편과 머리를 맞대보아도 늘 도돌이표로 끝을 맺었다. 새삼 자식들 뒷바라지 하랴, 집 한 채 장만하고자 애썼을 부모님의 노고가 떠오르고, 집 없는 설움을 얘기하던 엄마의 말들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다시 이사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또다시 남편과 자리를 마주하고 앉았다. 나는 남편에게 집을 사자고 말해버렸다. 앞으로 30년치 생일 선물, 결혼 기념일 안챙겨도 되니 집 사자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는 혼자 집을 보러다녔다. 당장 집 살 돈도 없으면서 어깨를 힘껏 펴고 마음에 드는 집을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마음에 딱 드는, 내 집이라고 느껴지는 곳을 만났을 때,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가격을 말했다. 남편은 껄껄 실없이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아내의 과감한 행보를 묵묵히 따라와 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그리하야 우리는 대한민국의 여느 젊은 부부들이 그러하듯 은행과 공동소유의 '내 집'을 갖게 되었다. 급한 곳만 리모델링하고 직접 땀흘려 쓸고 닦고 청소하며 나머지는 살면서 잘 가꾸자 하였다.


주변의 어떤 이들은 잘했다 격려해주었지만, 또 다른 이들은 왜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지금 집을 사냐고 물었다. 그 물음이 많은 생각이 들게했다. 내가 물욕이 있어서도 아니고, 허영심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두 발 뻗고 잠자고 일어나 식구가 밥을 먹고 생활하는 내 집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내 집을 가지고 싶었을 뿐이다.

물론 살면서 한 푼 한 푼 모아 은행 빚 없이 샀더라면 더 나을 수도 있었겠다는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조금 복잡한 심정일 때, 엄마는 오히려 용기를 붇돋아 주었다.


'잘했다. 돈 모아서 집 사려면 못산다. 살면서 아낄 건 아껴서 갚아나가면 된다.'


내 집에 산지 이제 만 일주일 째. 어쩐지 빛도 더 밝게 느껴지고 바람에도 향기가 나는것 같다.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고,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게 되고. 보고 또 봐도 진짜 내 집인가 실감이 나질 않아 또 본다.


옛날 피천득 선생이 상해에서 만났다는 거지가 은전 한 닢을 바라보며 짓던 헤벌죽 웃음이 내 입가에도 걸려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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