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엇이고, 무엇이 사랑을 존재하게 하는 것일까.
우주의 근본적인 질문이 갑자기 평온하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나는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가? 사랑이라는 그 가치를 사랑하는가?
도대체 사랑은 무엇일까.
나에게 사랑은 무엇일까. 한때 사랑했다가 지금은 그저 그런 것들과 기억하기조차 싫은 것들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해관계를 따져보니 득이 될 게 없고 그래서 쏘쿨하게 이제 안녕, 망설임도 후회도 없는 것도 사랑이었을까. 반대로 불같이 타오르던 것이 지금은 아랫목처럼 은근하지만 더 깊어진 것 같은 이것은 또 어떠한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고전 클리셰이지만, 사랑은 변한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이라는 마음을 품고 있는 내가 변한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 개념이지만 일단 사랑이 감정이 되어 마음에 품게 되면 물리적 성질을 가지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피가 존재한다.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사랑하면 가슴이 쿵쾅쿵쾅 사랑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설렘이라는 호르몬 과다주입으로 사랑은 부피가 팽팽해진다. 그러다 그 가치나 기대치가 떨어지면 사랑도 금세 쪼그라든다. 사랑의 부피로 사랑은 변한다. 그때 사랑은 내 자존심과 체면보다 가벼운 것이다.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반대로 사랑의 부피는 줄어들지만 사랑이 더 깊어지는 경우도 있다. 내 마음에 기대, 욕심의 거품을 걷어내니 부피는 줄고, 내려놓음으로 오롯이 나 자신의 허망한 기대치를 낮추고 겸손으로 사랑의 무게를 채우니 사랑의 밀도가 높아진다. 그때 사랑도 변한다.
할머니의 품에 안긴 것처럼 두근두근 설레지 않아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 시간들도 변화된 사랑이 녹아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를 녹여내는 희생은 숭고한 사랑의 한 모습이다.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물었는데, 사랑을 찾아 헤매던 모든 방황들을 통해 쓸데없는 찌꺼기들을 걸러내는 시간들이 되었다.
그러니 계속 물어야겠다. 내 삶을 통해 물을 때 사랑은 늙지도 않고 어딘가에 계속 존재할 것이기에.
40살에, 50살에 60살에 내가 변하면서 사랑의 부피도 밀도도 색깔도 변하겠지만, 그렇게 계속 내 안에 존재하게 해야겠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
사랑 때문에 헛배가 부르더라도 사랑은 충만한 채움이 있다.
사랑은 식욕이 돋게 하고 생기가 넘치게 해 주니 살리는 힘이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의 존재를 믿고, 끝까지 '사랑을 찾아서'의 삶을 추구해야겠다.
2020. 8
발행하지 못했던 글을 살짝 수정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