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너와 식탁을 마주하고서 눈에 잔뜩 힘을 주며 엄마는 또 일장연설을 한다. 특별히 (내 생각에) 맛과 영양을 생각해서 준비한 음식 앞에서 젓가락으로 이것저것 뒤적거리며 골라내는 너를 보면 나는 끝내 화를 내고야 만다. 왜 저렇게 투정을 부리고 까다로울까? 왜 편식을 하는 거야결국잔소리를 꺼낸다.
지난번 대하구이를 먹는 날, 너는 돈가스를 먹겠다고 했고, 화가 난 내가 도대체 왜 새우가 싫은 거냐고 물었지.
"새우 안 싫어하는데요? 저 깐풍새우는 먹어요. 학교 급식에서 나왔는데 맛있더라고요."
아, 결국 조리방법에 따른 식감이 문제였구나. 너처럼 예민한 아이는 음식의 모양, 냄새 식감이 먹고 먹지 않고의 기준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까먹고 화부터 내는 성질 급한 엄마라 미안.
그래, 그럼 깐풍새우는 드시겠다? 중화요리 먹을 때 요리메뉴 하나 시킬까 말까 매우 고민하게 되는 요즘 물가. 그래, 이번에도 내가 만들어주겠어, 깐풍새우. 다행히 집에 냉동새우가 있었지. 생물 새우면 좋겠지만, 새우 껍질 까고 내장 빼내고 밑준비가 귀찮다면 냉동새우도 괜찮아. 칵테일 새우도 좋고. (오늘 엄마가 사용한 블랙타이거 새우는 크기가 작아서 한입에 먹기에는 딱 좋다.) 일단 새우만 있으면 나머지 야채는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자유롭게 사용하면 돼. 하지만 깐풍기의 풍미를 올려줄 대파와 마늘, 페페론치노는 늘 상비 해두면 어느 요리에든 유용하게 쓰이니 꼭 재고(?)를 확인하도록.
그럼, 새우는 안 먹지만 깐풍새우는 드신다는 우리 아드님, 요리 시작해볼까?
• 요리 순서 1. 냉동새우를 해동시킨 후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빼주고 키친타월로 남은 물기를 제거한다. 2. 튀김가루 1/3컵, 차가운 물 2/3컵을 넣어 잘 개어준다. 3. 야채를 씻은 뒤, 손톱 반 크기로 작게 잘라준다. 마늘은 가로로 저며준다. 4. 튀김가루 물에 새우를 넣어 골고루 섞어준다. 5. 팬에 기름을 새우가 잠길 정도로 넣고 180도로 예열한 뒤, 튀김가루 물을 조금 넣었을 때, 하얗게 튀김 꽃이 올라오는지 확인한다. 6. 팬 가장자리부터 튀기 가루 물 묻힌 새우를 조심스럽게 넣은 뒤 앞 뒤로 새우가 익으면 식힘망에 꺼낸다. 7. 기름에 튀김가루 조각이 많으면 걷어내고 새우를 200도 기름에서 한 번 더 살짝 튀긴다. (남은 기름은 식힌 후, 기름종이나 키친타월로 닦아서 버린다) 8. 궁중팬에 기름을 두르고 편 마늘과 파, 페페론치노를 넣고 센 불에서 볶다가 나머지 야채와 소스를 넣고 중불에서 볶는다. 9. 소스에 수분기가 거의 사라지면 튀긴 새우를 넣고 센 불에서 1 분간 볶는다. 10. 넖은 볼에 담아 고명을 올린 뒤, 따뜻할 때 밥과 맛있게 먹는다.
블랙타이거 새우, 크기가 너무 작지만 한 입 크기로 딱!
기름과의 사투, 에어프라이어를 살까.. 심한 내적고민을 했단다.
튀김가루물이 조금 묽었는지 튀김옷이 자꾸 벗겨..지네.
뜨거운 밥 한 숟가락에 양념 가득 묻힌 새우 한 마리 올려 입에 넣으면 달고 짭짜름하고 고소한 맛이 어우러지다가 머리끝이 삐죽 서는 듯 찌리릿 매운 끝 맛이 아주 일품이지. 그럴 때 달걀국 한 모금으로 얼얼한 입안을 달래주면 돼. 깐풍새우에 달걀국, 환상의 조합이지? 기분 좋게 매운맛으로 한 그릇 싹싹 비워내고 배 두드리는 것도 중요한 행복인 것 같아. 이 소소한 행복, 누리며 살아가는 너를 응원해!!!
Ps. 사실, 튀김요리는 여기저기 튀는 기름 때문에 온 집안에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기름 분자가 떠다니다가 커튼이나 벽지에 붙어 누런 기름 때를 남기기도 하고. 환풍기를 최대로 가동해주고 가급적 맞바람으로 환기를 꼭 해주길 바라. 자주 튀김요리를 할 계획이라면, 에어프라어를 꼭 준비하도록. 요리과정이 즐거우려먼 좋은 장비를 아끼지 말자! 가 오늘 요리의 교훈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