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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Sep 28. 2019

명상을 알아가는 일

구글 캠퍼스 gPause:명상하는 창업가들 "명상의 다양성"를 다녀와서


이대론 안 되겠다, 명상을 시작하자.

마음 챙김 명상에 대해 알게 된 건 올해 초입니다. 저는 2015년 5월, 대학교를 재학 중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기분을 떨쳐내지 못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녔습니다. 2016년 중순까지 1년 정도 처방받은 약을 먹었지만, 크게 개선된 건 없었지요. 생활방식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나 봅니다.


의사 선생님과 상의 후 2017년 동안에는 약을 먹지 않고 지내다 2018년부터 병원을 옮겨보고 다시 한 번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했습니다. 수면 패턴은 들쑥날쑥했고, 집중에 어려움을 겪었고, 자주 무기력했지요. 약물에 익숙해져서 그럤을 수도 있고, 약효가 있었지만 둔감해서 그랬을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문득문득 찾아오는 허전한 느낌, 무엇에도 기대가 되지 않고 해야만 하는 일이 가하는 중압감과 하기 싫다는 기분 사이의 줄다리기. 약물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지만, 제 안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더군요.


그러던 차 '명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바꾸기 위해선 무기력이라는 증상을 약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나는 왜 무기력을 느끼는가'에 답해야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막상 명상을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이 제대로 명상인지 수가 없더군요.


대체 명상이 뭘까.


평소라면 인터넷에 검색했을 테지만, 그랬다간 피상적인 정보로 만족하고 그만둬버릴 것 같았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명상을 검색하고 관련된 책을 찾아보기로 했지요. 사짜(...) 냄새가 풍기거나 신비주의적인 것을 제외하고 보니,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이 꽤 괜찮아 보이더군요.


냅다 학교 도서관에 달려가 대출한 후 읽기 시작했지요. 그 때가 올해 5월 초였을 겁니다.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 책을 한 달에 걸려 읽었습니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여전히 명상이 뭔지 모르겠다, 였습니다. 애초에 한 권의 책으로 명상의 전부를 알 수 있을 거라 생각도 안 했지만요. 그래도 그 때의 허탈함이란... 


마음 챙김 명상을 알기 이전에, 저에게 '명상'이라고 하면 다소 신비주의스런 느낌이 있는 무언가였지요.


그래도 제 안에 있던 명상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어디 인도나 티벳트의 고승들이나 수행할 법한 신비주의적인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는 감각. '지금 여기'에 대해 돌아보게 하고, 나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걸요. 그래도 어떻게 들여다 봐야할까, 고민이 되더군요.


멈추지 않고 좀 더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실제 명상을 위한 방법에 참고를 얻기 위해서 Youtube에 마음 챙김 명상을 검색해보았지요. 그 때 발견한 게 '마보'였습니다. 애플리케이션으로도 할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었지요. 영상을 몇 개 본 후 냉큼 설치했습니다. 


마음 챙김 명상을 도와주는 마보 앱과 마보 유튜브 채널


일주일 동안 무료 체험이 가능하고, 그 후부터는 사용을 위해서 결제를 해야하더군요. 1달에 3,700원, 1년에 26,400원. 매일 같이 쓴다면 얼마 되지도 않는 가격이지만 막상 결제하자니 어찌나 부담스럽던지. 저는 3일 사용해보고 마보 앱을 사실상 방치해두었지요. 그렇게 또 6월로부터 무려 세 달이 지납니다.


기어코 명상을 하게 되다니.

그래도 명상을 해보자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틈틈이 명상 관련 책들은 찾아서 읽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질 않았으니 쓸모가 없었던 셈이죠. 아니, 다르게 생각하면 그렇게라도 명상에 관심을 계속 가졌기 때문에 결국엔 명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9월이 되자, 더 이상 미룰 순 없다고 이제는 진짜로 명상을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9월 3일, 저는 처음으로 명상이라는 걸 했습니다. <마음챙김 다이어리>라는 책에서 제공하는 25분짜리 오디오로 한 5분 정도 했을 겁니다. 여전히 모르겠더군요. 호흡에 집중하라는데, 호흡에 집중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그래도 매일 했습니다. 처음부터 25분은 다 못하겠으니, 5분, 10분, 15분 천천히 늘려나가서 기어코 25분을 다 했지요. 그 뒤로는 mp3 없이 혼자서 15분씩 매일 아침마다 명상을 했지요. 마음 속으로 15분을 셀 수 없는 노릇이니, 타이머를 설정해놓고 명상을 했는데 바로 이 때 마보 앱을 다시 쓰게되었습니다.


결제를 하지 않았어도, 자유 명상이라는 항목이 있어 명상의 시작과 끝에 종소리 혹은 피아노 연주로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려줍니다. 볼륨을 너무 크게 설정해놓으면 화들짝 놀랄 때도 있지만, 요란스런 알람보다 훨씬 듣기 좋아서 애용했지요. 그러던 차, 공지를 발견합니다. 바로 gPause 세미나 공지 였습니다.


2015년도에 시작해 벌써 4년차를 맞이한 gPause Seoul


마보 결제를 하지 않았는데 신청해도 괜찮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다행히 그런 제한은 없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혹시라도 참여자들에게 마보 정기권을 선물로 주지 않을까?(...) 하는 흑심을 품으며 망설이지 않고 신청을 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속물인지 거듭 반성합니다(...).


여기 잠깐, 멈춰서서.

그렇게 가게 된 gPause Seoul. 엄청난 기대를 한 것도 아니었고, 명상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갔던 행사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마보지기 유정은 님은 물론, 강연을 맡으신 강민지 님 두 분 중 어느 한 분을 가릴 것 없이 마음 챙김 명상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넘칠 만큼 알려주셨습니다.


강연 내용을 모두 적을 순 없겠지만 제 나름대로 느낀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바꾸지 못하는 이상 기업은 커녕, 사회와 국가, 세계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스스로를 바꾸기 시작했을 때, 기업도 사회도, 국가도 세계도 바꿀 수 있는 겁니다.


명상은 그 변화의 계기가 되어주는 행위구요. 그렇다고 기적적인 해결책, 혹은 현실을 초월한다든지 하는 도피의 수단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래서는 명상의 의미가 퇴색되겠죠. 지금 여기에 머무르며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기. 감정도 생각도 그저 들여보며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방법도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절도 좋고, 기도도 좋고, 앉아서 혹은 서서, 아니면 가부좌를 하든지 명상만을 위한 특별한 자세는 없습니다. 호흡을 하며, 먹으면서, 차를 마시면서 모든 행위 속에 명상이 함께할 수 있습니다. 명상을 '특별한 무언가'로 만들 필요가 전혀 없는 거죠.


여전히 명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상에 대해 제가 느낀 건 명상이 참 좋더라는 겁니다. 잠시 가만히 앉아 내 숨이 어떻게 몸 안으로 들어와 밖으로 빠져나가는지 지켜보는 순간에 의식하는 자신을 보게 되고, 비로소 이 순간과 나의 생각이나 감정과 거리를 둘 수 있으니까요.


굳이 가부좌가 아니어도, 수인을 맺지 않아도 좋습니다.


앞으로도 명상하기.

사실 명상에 관한 글은 적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존 카밧진의 저서에서 강조하기를. '나 명상한다, 명상이 이렇게 좋더라.'며 주변에 말하고 다니기보다 그저 꾸준히 지속하라고 했기 때문이지요. 일리가 있습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하고, 만약 필요하다면 주변 사람들도 언제든지 시작하겠죠.


그렇기 떄문에 이 글은 '나 명상해요! 명상 이렇게 좋아요!'라기 보다는, gPause에서 진행하는 명상 모임을 다녀온 후기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나 여러분도 명상에 관심이 생기신다면 마보 앱이나 관련 서적을 통해서 부담 없이 시작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언제나 중요한 건 '행동'입니다. 강연의 마지막에서도 강민지 님께서 이야기하셨던 내용을 인용하겠습니다. 사진을 하나 보여주시며 '이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인생에서 '해본다'는 건 없다. 한다 혹은 안 한다, 이 두 가지가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여러분도 그저 명상을 하시면 좋겠다.'


기억에 의지했기 때문에 원래 하셨던 말과는 다를 수 있지만 무엇이든 직접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시길. 저도 이 글 이후로도 꾸준히 명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니, 이것보다 간단하지만 또 어려운 일이 어디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글의 마지막을 빌려 gPause 행사를 준비하신 자원봉사자 분들과, 강연을 맡으신 강민지 님. 그리고 행사의 지속적인 유지와 명상 알리기에 힘쓰시는 마보지기 유정은 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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