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Sep 28. 2019

아주 사소한 나의 행복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9월 28일 토요일, 71번째


이번주 월요일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었을 겁니다. 기분에 대한 내용인데, 운동으로 운을 띄웠었지요. 정작 무슨 운동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그에 관한 이야기를 좀 자세히 해볼 겸 '행복'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지난 글도 한 번 참고해주시길. (꾸벅꾸벅)


https://brunch.co.kr/@keepingmemory/116




제가 하고 있는 운동은 바로 크로스핏입니다. 15년도에 여섯 달을 다니겠다고 결제하곤 한 달 반은 열심히 나갔지만 네 달 연속 나가지 않았고 17년도에는 두 달 끊어놓고 손에 꼽을 정도의 횟수만 나갔지요. 그런데 대체 왜 또 크로스핏이냐고요? 그러게요.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쌓여있는 덤벨과 캐틀벨만 봐도 온몸이 호달달...


이유가 있긴 합니다. 아주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요. 마음껏 바벨을 쓸 수 있다는 거죠. 헬스장에서는 바벨을 던지는 건 상상도 못 합니다. 그랬다간 트레이너 분이 사색이 되어 달려오시겠지요. 회원님, 바벨 던지시면 안 돼요! 어렵지 않게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니는 곳에서는 실컷 던져도 됩니다!


그렇다고 미친 듯이 던지면 안 되겠지만, 바벨을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다는 건 꽤나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어떤 운동을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매일 같이 메뉴가 정해져 있으니 몸만 가면 됩니다. 대신 차라리 죽여달라고 할 정도로 괴롭지요.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대체 이걸 왜 하고 있나 싶고.


크로스핏을 시작하고 첫날은 그 날 메뉴를 끝까지 소화해내지도 못했습니다. 간신히 두 번째 날부터 어떻게 끝내긴 했는데, 몸 전체가 비명을 지르더군요. 세 번째날도 여전했고, 네 번째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진짜 오늘은 안 된다, 쉬자! 싶었지만 어떻게든 나갔습니다. 그러니 다섯 번째 날은 또 견딜만하더군요.


대망의 토요일인 바로 오늘. 운동을 또 하고 왔지요. 뭔가 운동 스케쥴이 있는데 쉬자니 죄책감 비스무리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뭔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여기서도 또 '기분'이 등장하다니! 맞습니다. 기분. 안 나간다고 누가 뭐라하지는 않지요. '나'의 기분만 이상해질 뿐.


어쨌거나 운동을 나갔고, 간신히 오늘의 운동을 끝냈을 때 그 쾌감이란.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 매번 가장 늦게 끝나고, 남들이 다 끝낸 운동을 자기 혼자 다 한 척하며 죽어가는 시늉을 하는데 그럼에도 어쨌거나 끝을 냈다는 것! 그 사실이 얼마나 안도가 되는지. 오늘은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아도 돼! 이 지옥은 끝났어


고작 8kg짜리 캐틀벨도 몇 십번 반복하다보면 무시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죠.


기어코 운동을 끝냈을 때 그 행복함이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들어가 샤워를 할 떄의 기분은 말로 다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땀범벅이 된 몸을 뜨거운 물 -차가운 물도 아니고 굳이뜨거운 물로!-로 씻어냈을 때 그 압도적인 편안함이란! 몸을 다 씻어내고 차가운 물 한 모금은 필수지요.


샤워를 끝내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의자에 가만히 기대어 앉아, 선풍기 바람으로 몸을 식히고 있으면 이게 천국이지 뭐가 천국인가 싶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창밖에서 비치는 햇볕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구태여 더 행복한 무언갈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게 행복이니까요.


물론 운동을 하기 직전의 불안과 걱정, 운동을 하는 순간의 고통은 참 끔찍하지요. 그 괴로움을 견디어 내고 모든 게 끝났을 때는 다른 게 필요가 없습니다. 매일 같이 반복 되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바로 이런 행복감 아닐까요.


가만 보면 행복은 아주 곳에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할 때, 집에 돌아와서 앉아있을 때가 바로 행복이죠. 그 사소한 순간 순간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에게도 행복한 순간이 있으셨기를 바라며.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명상을 알아가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