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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Nov 15. 2019

이런 식으로는 피로회복은 어렵다.

<어쩐지 더 피곤한 것 같더라니>를 읽고

<어쩐지 더 피곤한 것 같더라니>, 나카네 하지메 지음, 류두진 옮김, 포레스트북스


언젠가부터 일본인 저술가가 쓴 서적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었다. 소설은 괜찮은데, 비문학 쪽은 뭐랄까,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거나 안 하느니만 못한 이야기를 주워섬긴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도 어쩌다 한 번씩 제목에 혹해서 사게 되는데, 이번이 딱 그랬다.


<어쩐지 더 피곤한 것 같더라니>. 이 어찌나 귀가 솔깃해지는 제목인가! 매일 밤 잠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뒤척이기 일쑤에, 한참 자도 일어날 때면 개운하기는커녕 찌뿌둥하고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어 힘들어하던 입장에서 이 상황을 개선해줄 수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게 된다. 혹시 아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자 나카네 하지메는 책 옆 갈피에 기재된 소개에 따르면 동양의학의 일인자이며, 정-재계를 막론하고 유명인사의 전문 침구사라고 하는데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저자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구하기는 어렵다.


별도로 기재된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는데, 여하간 책 전체의 내용도 저자의 모호하기 짝이 없는 공신력과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 동양의학적 관점에 따라 인간을 나무, 흙, 금속, 물 이상의 네 가지 타입으로 나누어 각자에게 맞는 피로 해소법과 음식 관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 수록되어 있는 테스트만으로는 자신이 무슨 타입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각각의 피로 해소법은 굳이 타입별로 구분해놓을 필요가 느껴지지 않는다. 동양의학이 비과학적이냐 아니냐를 따지고들 것까지도 없다. 애초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이 책이 지닌 미덕이 하나 있다면, 저자가 '필-굿(Feel good)'이라는 단어로 드러내고 있는, 피로와 삶 전체를 대하는 태도다. 피로는 생길 수밖에 없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으며, 그렇기에 피로를 원천 봉쇄하려들기보다 그때그때 잘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방침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편의상 네 가지로 분류해놓았으나, 얽매일 필요는 없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따라 하거나, 무리해서 맞추려 들지 않아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히 기분 좋은 상태에 머무를 것. 저자는 이러한 필굿을 하나의 지침으로 여기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자신의 체질과 상황을 고려해서 그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 이를 통해서 적절하게 피로를 해소하는 일.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이 책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타입별로 간략히 방법을 제시해놓았으나,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는지. 금속 타입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금속타입의 피로 증상
1) 피부가 건조해진다
2) 코가 막힌다

-금속타입의 피로해소법
1) 건포마찰
2) 노래방에서 노래부르기

-금속타입의 체질 관리법
1) 구체적인 계획 없이 집을 나서본다
2) 1박짜리 짧은 여행을 떠난다.
( <어쩐지 더 피곤한 것 같더라니> 중 64p에서 일부 발췌

    

기재된 항목 중 일부만을 발췌하였다. 다른 타입의 경우도 예시와 다르지 않다. 분류를 한 이유로 동양의학의 관점을 드는데, 구체적인 방법론을 읽노라면 과연 그럴 필요가 있었을지 의구심마저 든다. 동네 건강원의 어르신께서 하실만한 소리가 계속 반복된다. 들어서 손해 볼 것은 없는데, 사서 읽을 정도는 아니다.


혹시라도 피로해소에 관한 방법을 얻고 싶은 사람은 다른 책을 찾아보거나, 전문가를 찾아가보는 게 좋을 듯 하다. 혹시나 이 책을 살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어쨌거나 책을 읽었으므로 기록의 차원에서 서평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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