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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Feb 12. 2020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고중량 바벨 앞으로.

[크로스핏의 맛] 2. 도저히 운동할 기분이 아닐 때

백수(?)의 특권

저는 가급적 매일 운동을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실컷 운동을 해보겠냐 싶기도 하고, 직장을 가지게 되면 그럴 여유가 없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함께 운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김없이 오시는 분들께는 경외의 시선을 보내게 됩니다.


어떻게 매일 운동을 나오시는 걸까요? 글쎄요, 따로 물어본 적이 없으니 그저 추측해볼 수밖에요. 아마도 체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거나, 즐거워서 그런 걸까요? 하지만 크로스핏은 솔직한 말로도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닌걸요! 어쩌면 여기에 정답이 숨어있는지도 모릅니다.


고생 끝 낙이 온다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크로스핏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인생과도 비슷하죠.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습니다. 계속 즐겁기만 한다면 즐거운 일도 즐겁다고 말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힘들거나 슬프기만 해도 문제가 되겠죠. 요점은 고통 뒤에 따라오는, 보장된 기쁨입니다.


크로스핏을 포함해, 모든 운동이 그렇죠. 실컷 땀을 뺀 후에 가파른 호흡을 가다듬으며 바닥에 누워있으면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은 물론이요, 온몸이 힘들다는 육체의 감각과 별개로 정신은 아주 개운해집니다. 이 느낌은 중독에 가까운 것 같아요.


오늘 하루가 아무리 힘들었어도, 설사 오늘 해야 할 운동이 힘들 걸 미리 알고 있더라도 꾸역꾸역 운동화를 신고 운동을 하러 가게 만드는 마성의 느낌. 그건 머릿속으로 상상한다고 해서 100% 느낄 수 없기에 더욱 의미 있습니다. 직접 운동을 하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가 없죠.


몸으로 산다는 감각

그래서 운동을 할 때마다 인간은 '몸으로 산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운동을 하지 않았던 시절은 땅에 발을 딛고 있어도, 뭔가 둥둥 떠있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실로 기묘한 거리감이 있었죠. 그러나 운동을 시작하고는 그런 느낌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내 몸을 의식적으로 이용해서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과정을 통해 서로 떨어져 있던 몸과 정신이 아주 가까이 붙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째서 운동을 해야 하는가 물으신다면, 저는 감히 인간은 몸으로 살기 때문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분조차 '일시적인 상태'일뿐입니다.


무조건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런 건 아닙니다. 억지로 해봐야 즐거울 리도 없고요. 그러나 운동을 하기 싫은 기분이라는 건 그다지 '분명한 기분'은 아니라는 겁니다. 잠깐이라도 몸을 움직여보면 그런 기분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수는 있습니다. 그럼 딱 그 직전까지라도!


기분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습니다. 기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운동을 통해서 삶의 통제권을 찾아온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루만 해도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나요.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 그리고 원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일. 삶이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면 자연히 우울해지죠.


그 순간 운동을 해본다면? 내 몸인데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하나라도 더 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 순간에, 그동안 고민도 잊히고 문득 '아, 참 쓸데없는 걸로 고민했구나.' 하는 깨달음도 찾아옵니다. 내 몸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 다른 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하죠.


그럼에도 운동은 바로 '내'가 하는 일이기에, 삶에 대한 통제력을 찾는 느낌이 돌아옵니다. 내가 선택해서 바로 여기에 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땀을 흘려가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순간에 삶 또한 의미를 되찾습니다.


그러니 망설이는 당신, 고중량 바벨 앞으로 가라!

2020년 새해도 벌써 2월, 올해는 운동을 열심히 해보겠노라 다짐했지만 언제 그런 결심을 했냐는 듯 집에 계시진 않나요? 이해합니다. 직장인이든, 직장인이 아니든 상관없이 운동을 하러 가는 건 내키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일단 신발을 신고 나가봅시다.


내가 들 수 있는 만큼의 고중량 바벨 앞에 서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들어 올리면 뭔가 느껴질 겁니다. 아, 진짜 무겁다! 그리고 그걸 내가 들고 있다는 사실도 곧장 와 닿습니다. 그 감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남들이 봤을 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자격지심도 잠시 내려놓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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