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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an 10. 2020

기록은 곧 힘이다

[크로스핏의 맛] 1. 기록하기

매일이 신기록

2020년 하루하루가 신기록의 연속입니다. 첫 번째 글에서도 밝혔듯이, 이렇게 꾸준히 운동을 해온 게 머리에 털 나고 처음이라서 참 신기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입니다. 하루에 3시간 가까이 크로스핏 박스에 있으며 스스로를 혹사(?)하는 게 대체 뭐가 그리 좋다고 억지로라도 발걸음을 옮기는지.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기록'에 있을 겁니다. 다시 한번 크로스핏을 등록하고 한 달하고도 반 남짓 지난 11월, 기록을 남기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루하루 나오기만 해도 좋은 일이지만, 글이든 사진이든 형태로 남기면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핸드폰 메모 애플리케이션에 그날 운동은 뭘 했는지 아주 간단하게만 적기 시작했던 게 세부적인 항목들을 하나 둘 추가했더니 점점 불어나기 시작해 어느덧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으며 무엇을 어떻게 했고 어떤 무게로 얼마나 빨리 끝냈는지 모조리 적게 되었습니다.


단촐한 2019년 11월, 기록을 처음 시작했을 떄 그리고 뭐가 아무튼 많은 2020년 1월 7일의 기록


기록은 힘이 된다.

그래서 오늘 <크로스핏의 맛>에서는 '크로스핏' 그 자체는 아니지만,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당장 저만 해도 기록이 왜 중요한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힘들게 운동을 끝낸 후, 왜 기록을 적으라고 하는지 이유도 몰랐죠. 그냥 하라니까 한다. 그런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직접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더니, 왜 운동 기록을 남겨야만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자신의 실력이 확연히 보이더군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어떻게 운동을 해왔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한 번 했던 운동이라면 지난번에 어느 정도로 힘들었는지 기억에 남기는 합니다. 그러나 확실한 기록을 아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무게로 얼마나 했느냐를 알아야 이번에는 자신이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좀 더 세밀하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기록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더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장점들은 우리가 운동에 대해서도 기록을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부적으로 나누어보자면 다음의 이유가 있겠습니다.


당신도 운동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

1. 성취감

말해 무엇합니까! 첫 번째는 바로 성취감입니다. 운동이 끝났다고 덮어놓을 게 아니라, 기록을 하고 있자면 내가 오늘도 이 지긋지긋한(...) 걸 해냈구나 싶습니다. 어제도 했고, 오늘도 했으니 왠지 내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가기 싫지만, 기록해둔 게 있으니!


그리고 하루하루 쌓여나가는 기록은 그 자체로 운동을 해온 역사의 증거입니다. 시간을 들여서 이렇게까지 운동을 해왔다면, 뿌듯해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이 '쌓인다'의 장점은 기록을 해야만 하는 두 번째 이유와도 이어집니다. 


2. 기억력

인간의 기억력은 우리의 예상 이상으로 빈약합니다. 기록해두면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록만 하고 확인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지만, 그럼에도 일단 기록을 하면 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날은 이런 운동을 했구나. 이 정도로 했으니 다음에는 더 잘하자. 스스로 다독일 수도 있습니다.


설령 하지 않았더라도 하지 않은 이유를 기입해놓았다면, 반성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거니와 설령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으니 납득할 수 있습니다. 괜히 스스로 자책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100일 중 설령 50일, 혹은 그보다 적게 운동을 했더라도 어쨌거나 했잖아요!


3. 시각화

시각화는 앞선 두 가지 모두와 이어집니다.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 '운동을 했다'를 구체적으로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은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기 위한 가장 분명한 동기가 됩니다. 물론 별도로 기록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기는 압니다.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앎'은 곧 희미해집니다.


거듭 반복하지만 그냥 알고 있는 것과 기록에 남은 것으로 확인해서 분명히 아는 건 체감이 다릅니다. 점차 희미해지던 실감이 다시 한번 분명한 우리 앞에 색채로 드러납니다. 더욱이 앞으로 어떻게 운동을 할 건지 계획에도 도움이 됩니다. 괜히 대학교에서 발표를 할 때 PPT를 만드는 게 아니듯이. 운동에 있어서도 기록을 통한 시각화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외에도 내용이 중복되어 따로 항목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동기 부여의 측면은 물론이요 스스로의 운동을 돌아보며 점검하고 의욕을 고취하는 등 기록의 장점은 실로 다양합니다. 그렇다고 기록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건 기록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기록, 운동과 오래도록 함께 하기 위한 방법

결국 기록이든 뭐든 운동 자체를 하지 않으면 말짱 꽝입니다. 기록은 어디까지 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이죠. 그러나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록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가를 꼽아보라면 저는 전자가 훨씬 낫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운동을 잘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려면 기록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PT를 받는다던지 그게 아니더라도 훨씬 효율 좋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남겨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기록이 쌓이고 쌓여 곧 '운동을 하는 이유', 즉 의미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운동-기록-의미.

인간은 계속해서 의미를 찾습니다. 물론 '의미' 같은 건 사실 어디에도 없습니다. 좋은 몸이요? 물론 많은 분들이 멋들어진 신체를 위해 운동을 하지만 설령 그걸 선호한다 하더라도 운동을 계속해서 해야 하는 이유나 의미가 되어주지는 않습니다. 뛰어난 신체능력이나, 더 나은 기록도 그렇습니다.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나 의미는 밖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SNS나, 주변 사람의 인정도 한몫을 하죠. 하지만 그게 사라졌을 때 그만둔다면 애초부터 그 운동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운동을 하는 사람 스스로가 '운동을 해야하는 이유'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도 이 글을 마치고 나면 저녁 즈음 슬슬 집을 나서서 크로스핏을 하러 갈 겁니다. 얼마나 힘들고 또 괴로울까요. 그래도 좋습니다. 하루하루 더해지는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여러분께도 운동, 그리고 운동 기록을 권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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