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를 읽고
지난해에도 마루야마 겐지의 책 <취미 있는 인생>의 서평을 썼다. 그 책이 2018년에 나왔는데, 이번 서평에서 다룰 책 <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은 2019년 12월에 나온,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간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에 마침 진열되어 있기에 망설임 없이 뽑아 들었다.
※ 지난번 서평의 링크 ( https://brunch.co.kr/@keepingmemory/166 )
이게 웬 걸. 이번 책은 주제에 관한 짧은 글이 수록되어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사상 혹은 신념이라 할 수 있는 말을 짧게 짧게 이어놓은 식이었다. 그만큼 쉽게 읽을 수 있으나, 마루야마 겐지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소위 '꼰대의 쉰소리'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책의 구성은 개인과 사회, 가족과 사회, 정신과 마음, 고독 네 가지의 장으로 나뉘어있다. 적으면 다섯 문장, 많아도 일곱 문장 안에서 한 문단이 구성되어 있고, 한 편의 글로서의 연결성을 고려하지 않았으나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책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어느 누구의 의지가 아닌 자기 자신의 의지로, 나답게 살기 위해 싸우라'는 반골정신이다. 그는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국가나 사회, 가족과 같은 '집단'에 굴종하지 말 것을 거듭 말한다.
마루야마 겐지는 딱히 '한국인 독자'를 상정하지 않았기에 글의 주장은 대체로 일본인을 향해 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일본인의 문제는 딱히 그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국가나 사회가 뱉는 감언이설에 짐짓 모르는 척 속아넘어가는 것은, 한국에서도 왕왕 볼 수 있는 일이니까.
더욱이 삶의 태도에 있어서, 마루야마 겐지가 말하는 자립, 그리고 반골 정신은 어쩌면 일본인 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자세인지도 모른다. 물론 마루야마 겐지가 말했다고 해서 정답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토록 강한 말에는 어떤 '힘'이 실려있다. 자신의 태도가 옳다는 데에서 보이는 고집이라고 해야할까.
아집과는 다르다. 자신부터가 살아오면서 그런 태도를 견지해 왔기에 가능한 영역이다. 몸에 체화되어 있는 주장이 가지는 설득력은, 어줍잖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들과는 분명 궤를 달리한다. 적어도 마루야마 겐지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치 불교에서 참선을 할 때, 죽비를 쳐서 정신을 일깨우듯이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미몽에서 벗어나서 올바른 정신으로 살아가라 일갈하는 듯하다. 물론 마루야마 겐지는 사상가도 아니고, 자신이 생각했을 때 가장 최선이라 여겨지는 삶의 태도를 말할 뿐이다. 이를 따를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독자의 판단이다.
힘든 시대에 위로와 격려를 바랐다면, 이 책의 내용은 틀림없이 불편할 것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삶의 지침 따위를 강요받고 싶은 게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우리의 선택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삶의 태도와 방향이 어떠해야하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