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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07. 2020

코로나만큼 무서운 '불안'

전염병에 대한 불안을 넘어서려면

내가 사는 동네에 확진자가 나왔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경고 문자를 자세히 들여보았다. 구청에서 발표한 확진자의 동선 중 상당수는 내가 평상시 돌아다녔던 곳들 뿐이었다. 얼마나 아찔했는지. 이런 일이 나의 주변에서도 일어나는구나. 당혹스러움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공고문을 살펴보았다.


코로나로 전국이 시끄러운 와중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나에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여겼나 보다. 그러니 이렇게 놀랐을 수밖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지는 않았지만 몇 군데 겹치는 곳이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감염이 된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따로 전화를 받은 건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그렇게 누구도 시키지 않은 자가격리를 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혹시라도 걸렸으면 어쩌나 하는 공포와 불안,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어디로 전화를 해야 하는지 의문,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나 싶은 억울함. 시간이 좀 지난 지금에야 괜찮아졌지만, 그날 하루는 참말로 복잡한 심경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 '불안'

구청이나 관련 기관에서 별도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래도 며칠간 더 집에 있기로 했다. 그걸로도 불안이 가라앉질 않아 부랴부랴,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질병관리본부에 전화해 문의해보아도 쉽게 안정이 되질 않았다. 며칠 더 지나서야 별다른 증상 없이 평소와 같은 걸 확인하니, 그제야 좀 마음이 가라앉았다.


확진자가 발표되고, 동선을 확인했던 그날 하루를 포함해 며칠 내내 얼마나 불안했는지. 어쩌면 코로나만큼 이 상황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것의 정체는 '불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상황을 명확히 알 수 없으니 어디에라도 물어봐야 하는데 행정력은 한계가 있고, 시민 개인은 정확히 판단할 수 조차 없다.


더욱이 인간은 그다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직접 접촉이 아닌 이상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 피어오르는 불안함은 어쩔 수 없다. 너무나 쉽게 비이성적인 상태가 되고, 그럴수록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확실한 정보의 중요성

침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정보를 찾아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 여겼다. 믿을 만한 정부기관에서 발표한 정보를 찾아보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각종 문의사항과 권고사항을 찾아보았다. 이 글에도 링크를 첨부한다. (http://ncov.mohw.go.kr/)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확진환자가 방문했던 장소에 방문했을 때 감염 여부였다. 아주 쉽게 다음의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결론만 말하면 '방문 장소에 있었던 것만으로는 감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코로나바이러스는 환자의 침(비말)과 콧물, 가래(호흡기 분비물)로 전염된다.



이 외에도 접촉자 범위에 대하여 '역학조사반에서 확진환자의 증상과 마스크 착용 여부, 노출력(노출 장소, 노출 기간 등)등을 고려해 증상 발생 1일 전부터 접촉자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동선이 겹친 것만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아주 낮거나, 없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출처 : http://ncov.mohw.go.kr/shBoardView.do?brdId=3&brdGubun=34&ncvContSeq=270)


이조차도 정보에 기인한 자체적인 판단이라 실제로 감염 여부는 알 수 없다. 여전히 우려스럽지만 언제까지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자가격리 대상자라면 공적 지원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으나, 대상자도가 아닌 상황에서 자체적인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니 결국에는 이 '불안'을 걷어내야만 한다.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불안

문제는 불안이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고자 정부 기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시행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집회와 모임은 물론 외출까지 자제하고 최대한 집에 머무르라는 요구하는 바탕에는 실체 없는 전염병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가 놓여있다.


미세먼지 때와는 다르게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경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는 그나마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감하기도 어렵거니와 증상도 일반적인 감기와 다르지 않다. 그로 인해 어쩌면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쉬이 증폭된다.


확진자가 아닌데도 모두가 공포에 시달려야만 한다. 내가 걸릴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옮길 수 있으며 사태가 나빠지게끔 만들었다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게 된다. 개인의 차원에서도 행동거지를 조심하는 거야 훌륭한 일이지만, 이래서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만다.


불안을 이겨내는 법, 원리와 원칙.

이럴 수록 원리와 원칙을 지키는 게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막연한 불안에 휩싸여 있는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가혹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여전히 일상을 살아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의 방비를 하고 기관의 대응이 효과적이기를 기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음을 안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에 집어삼켜지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의 이성은 그리 믿을만한 게 되지 못하지만, 그것은 '개인'일 때의 일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가족과 지역 사회, 관련 기관이 협력한다면 조금이나마 불안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행동수칙에 관한 참고자료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도 좋은 정보들이다. 아래의 이미지는 모두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홍보물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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