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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Apr 13. 2020

글을 쓸 시간이 없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요즈음의 일상

취업을 하고 3주가 지났습니다. 시간이 대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출근했다가 하루 종일 일을 배우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운동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면 하루가 끝나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쌓이면 이틀이 되고,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갑니다. 눈 떠보니 3주가 지나가 있네요. 이제 4주 차입니다.


운동만 할 게 아니라 업무에 관한 스킬도 늘려야 하고, 책이라도 한 글자 더 읽어야 합니다. 평소에 하던 걸 예전처럼 할 수가 없습니다. 글씨를 교정하는 것도 이틀 걸러 한 번을 할 때도 있지요. 그저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을 뿐인데 너무도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여유롭게 유유자적하던 백수 시절이 그리워질 지경입니다.


어떻게 사람이 건설적인 일만 하나요. 사람도 만나야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며 쉬기도 해야죠. 그러면 글을 쓸 시간이 도무지 나질 않습니다. 문득, 그게 '진짜' 이유인지를 생각해봅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구실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보다 중요한 일이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시간이 없다는 변명

우리는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정확히는 '없는' 게 아니라 '부족하다'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더욱 분명하게 말하자면 '제대로 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는 추측성 발언에 가깝죠. 운동이나 글쓰기, 독서 등 여하간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할 것 같은 일들에 대해서는 '시간이 없다'는 말이 쉽게 나옵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무언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많이 쏟아야만 하는 걸까요? 아닐 겁니다. 그리고 하루에 몇 시간씩이나 들여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 5분, 혹은 10분이라도 좋으니 매일매일 쌓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죠.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말의 함정에 빠집니다.


5분이나 10분은 너무 보잘것없어 보이니, 최소한 30분 혹은 1시간 정도는 써야만 한다고 여기고 있지요. 저만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건 사고의 전환입니다.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어느샌가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이 쌓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쌓아나갈 계획'이 없는 겁니다.


작은 시간의 힘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지만, 매일 같이 무언가를 5분이라도 하면 30일이면 150분이고, 100일이면 500분, 300일이면 1500분입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얼추 25시간 정도군요. 그래 봐야 겨우 하루 남짓한 시간이라고요? 보잘것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면 무시 못할 수준에 이를 겁니다.


물론 무언가를 하기에는 5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 분명합니다. 당장 글쓰기만 하더라도 그렇죠. 모처럼 글을 쓰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벌써 15분이나 지났거든요. 그러나 이것도 '말의 장난'입니다. 5분, 혹은 15분 같이 '시간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적은 시간이라도 지속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그 적은 시간을 꾸준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가령 글쓰기를 예시로 든다면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정해놓고 하루에 15분이라도 집중을 해보는 거죠. 글쓰기를 한다고 꼭 하루에 한 편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일주일, 아니 한 달에 한 편이라도 좋으니 유지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너무 멀지 않은, 조금 먼 미래를 보며

어쩌면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얼마나 시간을 썼느냐만 따지고 들게 아니라 인생 전부를 길게 놓고 봤을 때 나에게 있어 중요한 가치를 설정해놓고, 꾸준히 해나가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절대량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우직하게 밀고 나갈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계획을 세울 줄 알아야겠죠. 거창하게 계획이랄 것까지도 없습니다. 마음 한편에 무언가를 하겠다는 결심 정도? 거창하게 몇 시간씩이고 들이지 않아도 좋으니 정해놓은 것만큼은 확실하게 끝내는 거죠. 15분 혹은 20분, 아쉬워도 그 이상은 하지 않고 딱 그 정도만.


이 글은 그런 시도의 첫 발자국입니다. 과연 어떻게 될는지 저도 모르겠지만, 제가 해볼 수 있을 때까지는 해봐야지 싶습니다. 오랜만에 쓰기 시작했으니 한 편의 글은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에 글은 점점 더 길어지고만 있네요. 이쯤 줄여야겠습니다.


끝으로

운동에 관한 글도 써야하고, 그동안 읽은 책이나 영화의 감상문도 써야하는데 언제 다 쓸 수 있을는지. 기왕 쓸거면 제대로 쓰고 싶다는 욕심에 시작은 엄두도 못내고 써야할 글은 쌓여만 가는데 이러다가 영영 글을 시작도 못할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정작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도저히 가볍게는 쓰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 편이 후련해졌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니 또 마음이 후련해지는 걸 봐선, 정말 조금씩이라도 써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모쪼록 지금 이 마음이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핑계에 가까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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