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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y 02. 2020

한 걸음 내딛으면 모든 게 달라진다

시작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2016년, 나는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한 달 반 정도 다녔나. 일요일을 빼면 일주일 내내 나갔을 만큼 열심히 다녔지만 오래지 않아 그만두었다. 그리고 1년 후, 2번째로 도전했지만 한 달은커녕 일주일도 겨우 채우고 그만두었다. 


그로부터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작년 2019년 9월, 나는 또 한 번 크로스핏에 발을 내디뎠다. 이번엔 욕심내지 말고 꾸준히만 다니자고 결심과 함께였다. 이번에도 그만두었냐고? 아니,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계속해서 크로스핏을 다니고 있다.


크로스핏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크로스핏은 역도와 덤벨, 케틀벨 그리고 맨몸 등 다양한 종류의 운동방식을 혼합한 고강도 운동이다. 말로는 쉽게 와 닿지 않을 테니, '아주 힘든 운동' 정도로 이해해도 충분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크로스핏 체육관, 크로스핏에서는 박스(Box)라고 표현한다.


처음 체험하러 갔을 때, 어찌나 고생했던지. 맛만 보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그날 지옥을 맛봤다. 다음날에도 근육통에 시달리느라 침대를 벗어나는 게 힘들 정도였다. 처음 갔을 때 한 달 반을 다닌 게 용했다. 두 번째 시도했을 때 일주일밖에 다니지 못한 이유도 하도 오래 쉬었더니 전보다 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덧 6개월 가까이 크로스핏을 하고 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딱히 없다. 그나마 한 가지 이유를 꼽아보라면, '예전에 해봤다'는 정도. 그러나 이 사소한 차이가 지금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때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크로스핏을 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해본 것과 하지 않은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거리가 있다. 물론 '한 번 해본 것' 정도로는 해봤다고 말하기 민망한 구석이 있다. 그러면 어떤가, 해본 것은 사실인데. 그리고 그 미묘한 변화를 나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자신에게 너무 엄격해지곤 한다.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한 번 시도해보는 것. 뜻밖에 여기서 무언가 진짜 시작되기도 하니까.


작년의 운동 기록.


그렇기에 우리는 무엇이든 시작해야 한다. 이번 한 걸음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잘 모르니까 못할 것 같아서 쑥스럽다고? 혹은 해보지 않아서 두렵다고?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제법 익숙해져 있을 테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능숙하게 해낼 것이다. 


그럼에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우리는 처음부터 잘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처음에 잘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형편없는 자신의 모습만 마주하게 된다. 실망하느니 안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며 결코 시작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왜 그때 해볼 걸 그랬냐며 후회하겠는가. 그 단 한 번의 시도로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크로스핏을 오래 다니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 시도라도 해봤으니까 지금 이렇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은 어려워도, 두 번은 쉬운 법이니까. 세 번은 더 쉽고. 언젠가는 이것도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는 또다시 무언가 시작할 차례다. 인생은 길고, 그래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며 살기에는 너무 따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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