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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y 28. 2020

어쨌거나 운동을 합니다

[크로스핏의 맛] 6. 일과 운동

2달차 직장인, 그리고 운동인

어언 2달 차, 이제는 직장인이라는 말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사회인이라는 자각은 옅지만 뭐가 되었든 '일하고 있다'는 감각은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지하철에 몸을 싣고, 퇴근하기까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나날의 연속. 그 어느 때보다 주말이 기다려지고 점심식사가 하루의 유일한 낙이 되었지요.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빼놓지 않는 게 있습니다. 바로 운동입니다. 야근이 있는 날도 어떻게든 9시 전에는 퇴근해서 크로스핏을 하러 갑니다.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로 대충 허기만 채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날 운동을 빼놓지 않으려고 하죠.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어쩌겠습니까. 운동이 하고 싶은 걸요.


하루 정도 운동을 빠지는 게 무슨 대수겠습니까마는, 어쩌다 한 번이라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운동을 쉬게 되면 어찌나 억울하던지.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운동을 이렇게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스스로도 이런 변화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일을 시작할 거라고는 정말 눈곱만치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20년에는 취업을 해야지,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취업을 계획하고만 있었죠. 외려 일을 시작하면 기껏 운동에 재미를 붙였는데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봐서 노심초사였습니다. 취직이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취직 이후를 걱정했죠.


그렇다고 운동한답시고 마냥 놀 수  없는 노릇이니, 부디 일을 다니면서도 운동만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불쑥 취업을 하고 나니 정말 일만 하고 운동만 하니 기분이 미묘하더군요. 일이 끝나고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어느덧 밤 11시 반. 뭘 하기에는 너무 늦고, 내일을 위해서는 늦지 않게 잠들어야 합니다. 


평일 일과는 출근과 운동으로 전부가 되어버렸지만 만족하고 있습니다. 글도 쓰고 싶고 책도 읽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거의 나지 않아서 슬프긴 합니다. 그럼에도 운동을 계속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직장 생활에서 오는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를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운동

물론 운동 자체가 즐겁다는 점도 크지만 스트레스를 푸는 데 운동만 한 게 또 없더군요. 운동을 하는 중에는 그렇게 힘이 들고 괴롭지만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운동을 시작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스트레스 해소에 운동만한 게 또 있을까 싶네요. 물론 어떤 취미든 스트레스를 푸는 역할을 할테지만요.


운동 말고 다른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생활할 수 있었을는지,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야 해보지 않았으니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게임을 했다든지 책을 읽었다든지 기존에 했던 대로 생활했다면 아마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지 않았을지 추측해봅니다.


하필 운동을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꼽는 이유는 '몸을 움직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운동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반복하는 말이지만, 사람은 정신 뿐만이 아니라 육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몸을 써야만 온전히 살아가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몸으로 산다는 것

저라고 처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건 절대 아닙니다. 몸을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구요. 하지만 문득 몸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습니다.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산다는 건 머리로만 사는 게 아니라 내 몸뚱이를 있는 힘껏 부딪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르렀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운동을 합니다. 실컷 운동한다고 떠벌려 놓고서 어느날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운동을 그만 둘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운동을 해왔던 게 있으니 그만 두게 되어도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조금 생겼습니다.


매일 기록을 남기면서, 변하는 자신을 보는 것도 재미있구요. 꾸준히만 한다면 점점 나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운동의 좋은 점이죠. 어느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때부터 나름대로 고민도 하고 별도로 노력하긴 해야합니다만, 적어도 노력과 성과가 어느 정도는 정비례하는 일이죠.


매일 매일의 기록들


당신도 운동, 어떠세요?

자기 자랑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약간은 그런 느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제 사례를 통해서 다른 분들도 운동을 시작해보시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뭐든 처음은 두렵고 힘듭니다. 잘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너무 닳고 닳아서 새삼스럽게 꺼내기도 민망하지만 꽤나 예리한 말입니다.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됩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운동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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