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의 맛] 7. 운동을 '잘' 하려면
지난 글에서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저는 2016년도에 크로스핏을 시작했습니다. 군대에서 처음 알게 되어 막연히 관심만 가지고 있다가, 다니던 대학교 근처에 크로스핏 체육관이 생기자 호기심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한 달 반을 열심히 다니다가, 두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고 말았죠.
그 이후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도전했지만 그때마다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했지요. 기간이 이전보다 짧으면 짧았지 오래 다니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실패했을까, 그때의 기억을 반추해보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잘 늘지 않는 것 같다'는 게 주요한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매일 같이 하면 늘기야 늘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이 실력이 꾸준하게 는다기보다는 계단을 넘는 것처럼 그동안 변화가 없이 정체가 유지되다가 단숨에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그 변화를 직감하기도 전에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졌던 게 아닌가하고 추측해봅니다.
크로스핏은 그날그날 운동의 난이도가 정해져있습니다. RXD라고 하여, 최고 난이도부터 A부터 B, C까지 세분화되어 있지요. 이게 처음 왔을 때는 내가 왜 B랑 C를 하고 있나, 자괴감도 들지만 직접 운동을 해보고 난 이후에는 깨닫게 됩니다. 내가 굉장히 오만방자했구나! 나에게 B는 커녕 C도 과분하구나!
그러다가 어찌저찌 한 달 쯔음 다니다보면, 이제 A도 슬슬 욕심이 납니다. 그러나 A나 RXD에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동작들이 하나씩 섞여있습니다. 물구나무 서서 팔굽혀펴기를 한다든지, 링 머슬업이라든지 그런 동작들은 엄두도 나지 않지요. 그러다 더이상 늘지 않고 A와 B에서 정체된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쯤부터 운동에 대한 의욕이 꺾이기 시작합니다. 느는 것 같지도 않고, 힘들기는 여전히 힘들고. 내가 괜히 돈을 내고 왜 고문(?)을 받고 있나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럼 의욕도 나지 않고 운동을 하러 가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죠. 그러다 발을 아예 끊고 마는 겁니다. 나아지는 게 없으니, 굳이 하고 싶지도 않은 거죠.
왜냐하면 요즘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예전처럼 운동을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뭔가 이런 느낌이 들 때면 운동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괜한 위기감이 듭니다. 물론 잦은 야근으로 운동 시간이 부족해지기는 했지만, 그런 이유만은 또 아닌 것 같고 곰곰이 고민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좀처럼 실력이 좋아지지 않는 운동들이 있습니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바로 싯업(Sit up)입니다. 이른바 윗몸일으키기라고 부르는 운동이죠. 명칭만 다를 뿐이고 운동의 목적이나 방식은 아주 유사합니다. 복근을 단련하기 위한 운동이지요. 제가 복근이나 코어가 약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리 안 늘 줄이야.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해온 덕인지, 예전에 비하면 나아지기는 했으나 다른 운동들에 비해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가만히 그 이유가 무얼까 따져봤더니, 의외로 답은 아주 명료했습니다. 그저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글의 제목이 '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크로스핏의 특성상 몸 전체를 써야하다보니, 굳이 특정 운동이나 자세를 하지 않아도 아주 조금씩은 늡니다. 그러나 정말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하기 싫고 자신 없는 동작도 해야합니다. 언제나 정공법만이 유일한 정답이죠.
싯업이 자신 없다면 싯업을 해야 싯업이 늘고, 턱걸이가 자신 없다면 턱걸이를 해야 턱걸이가 늘죠. 당연한 소리라구요?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해봅니다. 어떻게 조금이라도 편한 방법이 없을까 기웃거리거나 회피하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오늘부터 해야할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자신 없는 것들을 연습해 나가는 거죠. 언제나 말만 하는 건 참 쉽습니다. 하기 싫고 짜증나지만, 그냥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하는 게 정답이죠. 어떻게든 하다보면 나중에 늘어있지 않겠습니까. 그때의 뿌듯함을 위해 지금 고생하는 거죠.
오늘도 너무 당연한 말을 늘어놓은 것 같아 부끄럽지만,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깨달음들을 정리해서 나누고 싶었습니다. 운동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일들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구요. 가끔 기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하는 것만열심히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걸 연습하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이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운동을 하는 이유가 몸 전체를 균형 있게 쓰는 일이라면 더는 미룰 수도 없겠죠.
다시 처음부터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운동을 어렵다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피하기보다는 한 번 부딪혀 보는 것도 어떨까요? 의외로 그렇게 힘들지 않을 수도 있구요. 하다보면 결국 나아지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