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을 읽고
책을 읽기보다는 사는 걸 더 좋아하다 보니, 포장을 뜯고서 표지 한 번 넘겨보지도 않은 책이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괜히 민망함을 감추려고 읽지도 않을 책을 휘적휘적 넘겨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볼까 저 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도로 덮기 일쑤지만요.
그래도 얇은 책들은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싶은 용기를 줍니다. 분량이 적다고 해서 반드시 읽기 쉬우라는 법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금방금방 읽을 수 있고, 얼마나 읽었는지도 육안으로 금세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에 뒤따르는 뿌듯함은 덤입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큰 울림을 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 책도 딱 그렇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 집니다. 바로 소설가 곽재식 님이 쓴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브런치에서 글을 쓰시는 분들, 아니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런치 메인에 올라가기 위한 조언이나, 브런치 조회수가 올라가는 꿀팁 같은 실용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작가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인고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소설가 '곽재식'이 어떻게 지금까지 글을 써왔는가를 따라가다 보면, 웃게 되기도 하고 울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곽재식 님의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사실 소설가로서의 곽재식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은 있습니다.
소설가 곽재식은 무엇이 되었든 꾸준히 써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꾸준함은 별 것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아주 굉장한 재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더욱이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대단함은 더욱 크게 와 닿습니다. 어찌 되었거나 숱하게 찾아오는 포기의 순간을 버텨내면서 글을 써왔다는 소리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대단한 사람'이라 추켜세우면 아마 곽재식 님은 얼떨떨하지 않을까요. 그 오랜 시간을 계속해서 써왔다는 건 당사자만이 아는 어려움도 있으니까요. 그걸 단순하게 '참 대단하다'라고 일축하면 그 지난한 세월을 지나온 사람에게 예의가 아닐 겁니다.
그 순간순간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곽재식 님의 글을 직접 읽어보시라는 말로 갈음하겠습니다. 특히 곽재식 님의 글은 무엇보다 그 진솔함이 참 매력적입니다. 꾸며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읊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어떤 감상을 전달할 때에도 가식으로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전혀 이상하지 않겠다고 수긍하게 됩니다. 책에 수록되어 있는 모든 글이 참 마음에 들었지만 곽재식 님의 글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을 꼽으라면 인생의 책에 대해 다룰 때입니다. 바로 '나에게 인생의 책을 남겨준 사람'이라는 글입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줄 때 '자신의 책'을 추천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다가 '인생의 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곽재식 님의 '인생의 책'은 다름 아니라 지금은 절판된 곽재식 님의 '단편집'이었습니다.
독자 한 분이 주도하여, 단편집을 엮어서 출판하게 되었는데 이 고마운 분께 무언가 해주어야겠다는 마음에 곽재식 님은 단편집에 걸맞은 단편소설을 완성하여 독자 분께 전달합니다. 그러자 단편을 건네받은 독자 분이 말하길 '늦은 밤, 세종대왕이 찾아와 모포를 덮어주었던 신숙주처럼 감격했다'고 합니다.
독자 분은 최선을 다해 마무리했고, 종종 곽재식 님이 어디를 가도 그 때 그 책을 들고 오는 분들이 있었다는 것이죠. 그 때마다 독자 분들께 반가움을 느낀다며, 그 순간에는 표현을 못해 아쉬쉽다고 밝힙니다. 글의 말미에 이르러 곽재식 님은 출판을 주도하셨던 독자 분의 근황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합니다.
(전략) 왜냐하면,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신이 세종대왕이고 내가 신숙주였던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마지막 문장에서 터져나오는 감동은 어떻게 요약하더라도 제 부족한 글솜씨로는 결코 전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전문을 옮기자니 딱히 좋은 방법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은 책을 사서 직접 읽었을 때의 감동이 더 큰 법이니까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곽재식 님이 쓰신 문장을 두고 이럴 것이다며 함부로 떠들어대기 참 곤란하지만, 너무 애써서 꾸미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글의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듯, 이런 글을 읽으면 작가와 대화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작가가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느낌을 받거든요.
아무쪼록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부디 이 책을 꼭 사서 읽어보시라고 간곡히 부탁드리는 정도밖에 없겠네요. 다른 글도 참 좋습니다. 작가로서 살다보면 느끼게 되는 다양한 일들을 '곽재식'이라는 사람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다 보면 작가로서 삶을 이어나갈 힘을 얻는 느낌입니다.
실컷 책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정작 왜 글쓰는 분들이 보셔야하는지는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군요. 물론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본격적인 방법론을 소개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그런 부분에 대해서라면 곽재식 님이 쓴 다른 책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기술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소설가'로서 살아오며 겪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는 쪽에 가깝습니다. 많은 글쓰기 책에서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써야 합니다. 제아무리 좋은 글감이나 세상을 흔들어 놓을 대단한 발상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죠.
어찌 되었건 세상밖에 '언어'라는 형태를 통하여 내어놓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쓰는 수밖에 없구요. 그렇기에 곽재식 님은 '나도 이렇게 계속 써왔다. 당신도 한 번 써보는 게 어떨까'라고 권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글을 써오면서 느꼈던 바를 솔직하게 밝히면서, 이런 부분을 참고하라며 말이죠.
뭐, 길게 이야기했지만 '좋은 책이었다'는 말을 엄청나게 늘여놓았습니다. 그 감동의 순간이나, 느끼는 바를 좀 더 잘 전달하고 싶었지만, 과연 제 의도가 조금이라도 전달이 되었을는지. 글을 쓰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이 책 참 좋아요, 읽으세요라고 말한들 그렇게 말하는 게 썩 좋은 방법은 아닌듯 합니다.
차라리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좀 더 잘 말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언제고 이 글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아, 부족하나마 마무리하여 올립니다. 만약 책에 대한 소개로 적당하지 않았다면 어디까지나 제 부족함 때문입니다. 여하튼 이 책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