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희 Jan 05. 2021

로니 콜먼처럼 살려면

<로니 콜먼 : 킹이라 불린 보디빌더>를 보고

을 만드는 일에 대하여

저는 몸을 쓰는 모든 종류의 일에 아무 관심이 없던 시절에도, '몸을 만든다'는 일에 모종의 경외감을 갖고는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몸이 주어져있는데 그걸 만든다는 게 참 이상한 말이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신체의 능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면, 제기능을 하도록 '몸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제법 그럴싸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몸을 만든다는 건 예술작품을 만들듯이 몸의 기능적인 요소를 개발하려는 목적 이외에 멋들어진 몸을 만드는 일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여하간 몸을 만든다는 일은 보기 좋은 몸을 만들건, 뛰어난 신체능력을 갖추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야말로 온몸의 근육이란 근육을 한계까지 단련해 극대화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단어를 볼 때면 제 안에 숨어있던 본능이 깨어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저 복근을 보십시오. 라오콘 동상은 그 비극적인 표정만큼이나 신체의 아름다움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로니 콜먼을 만나다

근육 예찬이나 원초적인 욕망 같은 건 아니고요. 일종의 콤플렉스입니다. 어쩌다 그 단어를 떠올리면 벌써 낯부끄러워지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을 쓰는 일에 서툴렀던 터라 자신의 신체능력을 100% 발휘하는 일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격투기도 좋고, 뭐든 몸을 쓰는 걸 배워보고 싶었죠.


그렇지만 근육을 만든다는 게 어디 하루아침에 될 만큼 쉬운 일도 아니고, 처음부터 배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요. 부단한 노력은 물론이요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 근성까지 겸비해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에 함부로 도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수능도 끝났겠다 호기롭게 헬스장에 발을 들였으나 하루 이틀 나가는 둥 마는 둥 하다 발길을 끊기도 했습니다. 한참 운동은 쳐다도 보지 않다가 크로스핏을 접했고, 이런저런 운동 관련 정보에 관심을 가지는 지경에 이르렀죠. 그리고 마침내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로니 콜먼이었습니다.


 로니 콜먼 하면 떠오르는 한 마디, "Light Weight Baby!!"


The King, Ronnie Coleman

로니 콜먼은 미국의 전설적인 보디빌더입니다. 헬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다른 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네요. 과찬 아니냐고요? 로니 콜먼은 전 세계 최고의 보디빌더를 가리는 미스터 올림피아에서 8회 연속 수상을 한 괴물 같은 남자입니다.

이미지로도 전해지는 로니 콜먼의 근육

보통 어떤 분야에서 누가 최고냐를 말하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소위 '올 타임 레전드'라는 말이 대단한 일로 여겨지는 건 그것이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의 누군가가 쌓아 올린 업적을 앞서 나가는 존재가 나타나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현상은 분야를 막론하고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디빌딩에서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로니 콜먼 본인도 이전 세대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등장했으니 말이죠. 그리고 로니 콜먼 본인도 이 법칙에 예외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로니 콜먼의 우승 행진도 끝내 막을 내렸으니까요.


아직도 그는 King이라 불린다

그는 8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9번째 우승에는 실패했고 그 후 은퇴했습니다. 로니 콜먼이 최고나, 최강이라고 한다면 이견이 있겠지만, 대단한 보디빌더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아무래도 '최강'이나 '최고' 같은 수식은 함부로 붙이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로니 콜먼을 두고 'King'이라는 칭호를 써가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건 그가 선수 시절로 활동할 당시에 보여준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로니 콜먼이라는 인간이 지닌 매력 때문일 겁니다. 그저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서 그 많은 우승을 거머쥐었다면 로니 콜먼이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회자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오늘 소개할 영상도 로니 콜먼에 대한 증언 중 하나입니다. 바로 로니 콜먼을 다룬 다큐멘터리 <로니 콜먼:킹이라 불린 사나이>입니다.


다큐멘터리 <로니 콜먼:킹이라 불린 사나이> 소개

'The King'

제목에서도 아실 수 있듯이, <로니 콜먼 : 킹이라 불린 사나이>는 보디빌더 '로니 콜먼'에 대해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사실 한국어 제목은 원제목의 뉘앙스가 다소 점잖아진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게 원제에서는 Ronnie Coleman: The King이거든요.


떡하니 King이라고 박아두었다는 점에서, 로니 콜먼이라는 사람이 지닌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집니다. 다큐멘터리의 내용도 로니 콜먼이라는 남자의 일생에 대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그가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당시에 녹화된 영상들과 함께 그와 경쟁했던 선수들의 인터뷰도 소개하고 있지요.


다큐멘터리에서는 로니 콜먼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드러내 놓고 묘사하진 않습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로니 콜먼의 수많은 우승 트로피만 죽 늘어놔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부정할 수 없는 기록들, 그리고 수많은 이의 증언만으로도 충분할 겁니다.


로니 콜먼의 과거, 그리고 현재

트로피나 메달이 모든 걸 증명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현역이던 시절의 영상과 사진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죠. 그래서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로니 콜먼의 과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마저 느끼게 합니다. 어르신들에게 먼 옛날부터 전승된 영웅의 전승을 듣는 느낌이죠.


또한 주변인들의 인터뷰는 로니 콜먼이 어떤 선수였는지, 그가 최고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여정이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자칫 찬양 일색의 내용이 될 뻔했던 다큐멘터리는, 로니 콜먼이 후유증으로 괴로워하는 현재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균형감을 유지합니다.


수술을 앞둔 로니 콜먼의 현재 모습과 과거의 건강했던 모습이 교차되는 연출은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이 남자가 선택한 일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무작정 그의 방식을 긍정할 수만은 없지만, 적어도 이 남자가 지금의 삶에 어떤 후회도 없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위대한 업적의 명과 암

로니 콜먼이 대단하다는 걸 말해봐야 제 손가락만 아프겠죠. 조금만 찾아봐도 그가 세운 기록과 온갖 영상을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약물 복용과 같은 논란도 따라 나올 겁니다. 로니 콜먼의 업적은 약물에 기댄 결과물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스테로이드를 비롯해서 약물 사용에 관한 이야기는 이 글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으려 합니다. 잘 모르는 분야이거니와, 이 글의 목적은 논란 자체를 다루려는 데에 있지 않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약물 사용은 옳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건 로니 콜먼을 통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불법입니다. (이미지는 스테로이드와 상관없는 예시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하드 트레이닝으로 인해 로니 콜먼이 몸이 망가진 것이라 묘사하고 있지만, 약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애초에 무지막지한 강도의 트레이닝이 가능했던 바탕에는 약물의 도움도 컸을 테니까요. 그 결과 그는 엄청난 업적을 얻었고, 또한 끔찍한 고통도 함께 얻었습니다.


약물, 그 이상의 무언가

어쩌면 로니 콜먼이 겪고 있는 모든 고통은 본인의 선택에 대한 피할 수 없는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왕'이라는 칭호를 얻기 위해선 약물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약물의 도움을 받은 건 로니 콜먼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똑같았으니까요.


이들에게 있어 약물 사용은 그저 스타트라인에 서는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약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약물을 쓰지 않고서는 경쟁선에 설 수도 없었던 거죠. 약물 사용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해집니다.


전설처럼 회자되는 1톤 레그 프레스. 


로니 콜먼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앞서 이야기했듯 엄청난 수준의 고강도 트레이닝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하니 '괴물 같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을 겁니다. 과학적인 운동가는 거리가 먼 원시적인 형태의 훈련을 통해서 감히 누구도 넘볼 없는 근육을 만들어냈죠.


열심히, 꾸준히, 오래.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 중에서도 '무식할 것 같다'는 오해를 볼 수 있습니다. 저 무거운 걸 들면서 끙끙대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온 거겠죠. 배우지 못했다는 의미보다는 우악스럽다는 쪽에 가깝겠지만 뭔가 몸을 쓰는 일에 능하니까 머리를 쓰는 건 둔할 것이다는 추측하는 거겠죠.


하지만 몸을 쓰는 건 상당히 머리를 쓰는 일입니다. 특히나 보디빌딩처럼 몸을 만들려면 신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통달해야 합니다. 근육의 위치는 물론 근육이 커지는 과정과 그에 필요한 것들, 현대의 보디빌딩은 과학의 산물이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그러니 로니 콜먼도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화가 나면 헐크로 변하는 브루스 배너도, '박사'죠. 힘이 세다고 무식한 건 아니죠.


그런 그가 무식할 정도의 훈련을 고집한 건 '무식해서' 그랬던 건 아닐 겁니다. 그는 운동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진리가 무엇인지 알았던 겁니다. 열심히, 꾸준히, 오래 할 것. 자극을 주는 만큼 근육은 강해지고, 그걸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근육은 더더욱 강해 질 테니까요.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

로니 콜먼의 근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스쿼트 무게가 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를 설명하며, 로니 콜먼이 남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슨 짓을 해도 유전적인 속도를 늘릴 순 없다. 스쿼트 무게가 느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물론 나도 열심히 운동을 했다. 늘기 위해서는 꾸준히 해야 한다

자막에서 약간만 고쳤습니다. 결국 로니 콜먼이라고 할지라도 스쿼트 무게를 늘리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거죠. 그러면 방법은 한 가지죠. 꾸준히 할 것. 그것도 열심히! 그리고 그 훈련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면 어쩌면 로니 콜먼에게 닿을 수도 있겠죠. 로니 콜먼이 그랬듯이.


로니 콜먼도 처음부터 보디빌더는 아니었다

그리고 로니 콜먼이라는 사람 자체도 참 재미있습니다. 대학에서는 회계학을 전공했다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먹고살기 위해 경찰관이 되었다가 체육관 관장의 권유로 보디빌딩의 길에 들어서게 되지요. 로니 콜먼조차도 진로를 찾지 못해 헤맸다니!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기는 정말 어려운가 봅니다. 안심이 되기도 하죠. 의외로 우리도 로니 콜먼처럼 다소 늦게나마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로니 콜먼은 시기가 늦었을 뿐, 자신의 저력을 드러내는 데에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로니 콜먼도 우리네 인생과 비슷한 과정을 겪습니다.


로니 콜먼이 보디빌더가 되자마자 승승장구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로니 콜먼이 보디빌딩을 시작했을 때, 어느 누구도 '로니 콜먼'이라는 보디빌더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희박했죠. 그만큼 보디빌딩의 세계에는 어마어마한 존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고 그 이상 

로니 콜먼은 서서히 두각을 드러냈고, 마침내 로니 콜먼이 첫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는,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고 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왕'이 탄생한 순간이었죠. 로니 콜먼은 처음으로 우승했을 때만 해도 자신이 우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합니다.


로니 콜먼은 더욱더 나아지기 위해서 경쟁자들에게 배우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때때로 이 직업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로니 콜먼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건 그가 보여준 삶의 방식 때문일 겁니다.


이 삶의 방식이야말로 로니 콜먼을 '최고' 이상의 존재로 남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감동을 느낄 법한 무언가를 보여주었으니까요. 심지어 로니 콜먼은 미스터 올림피아에 우승을 한 이후에도 곧장 경찰관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로니 콜먼은 경찰관 일을 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고, 미스터 올림피아에서 우승을 한 이후로도 얼마간 경찰관으로 지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경찰관 일을 좋아했으니까요. 그리고 로니 콜먼은 경찰관 일과 마찬가지로 보디빌딩도 좋아했기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담백한 사실로부터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간단히 말해 '좋아하는 일은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한다'는 단순한 진리입니다. 혹은 '좋아해야만 그만두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말로 바꾸어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저 잘한다고 오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진정 좋아해야만 합니다.


심지어 제대로 몸을 가누게 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로니 콜먼은 '후회하지 않는다.'며 더욱 무겁게 하지 못한 걸 아쉬워할 정도입니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약물을 하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로니 콜먼이 보여준 '삶의 태도'는 배울 수 있다는 거죠.


끝으로

한참 글을 쓰고 보니 갑작스레 민망함이 앞섭니다. 당장 제 자신이 로니 콜먼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잠깐만 인터넷을 뒤져도 알 수 있는 정보가 전부인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다니. 더욱이 보디빌딩에도 문외한인데 뭐라 말하기가 참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로니 콜먼이 어떻다 저렇다 떠들기보다는 로니 콜먼이라는 인간과 그가 보여준 태도만을 다루려고 했습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거두절미하고 이 글은 한계까지 자신을 단련했던 로니 콜먼에게 바치는 헌사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다큐멘터리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로니 콜먼의 공식 채널에 올라온 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오오, 로니콜먼.

https://www.youtube.com/watch?v=D3vO_ogtpUI&ab_channel=RonnieColeman

Yeah buddy!
작가의 이전글 일본 영화는 왜 이럴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