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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Feb 23. 2021

당연한 일상은 없다

[오늘한편] 당연함

살다보면 많은 것들에 무뎌진다. 힘든 것도 좋은 것도 똑같이 무뎌지기에 그렇게까지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뎌지면 안 되는 것들까지 덩달아 무뎌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가령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 그렇다.


매일 아침이면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저녁이 될 때까지 일하다가 퇴근해서 운동하고 돌아와 잠드는 나날. 참 별 거 없다 싶기도 하고, 이렇게 쳇바퀴 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가도 이것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불현 듯이 깨닫는 순간이 있다.


일하는 게 마냥 즐겁지는 않아도, 그렇다고 일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노동이 신성하다는 말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무엇인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돈은 필요할 뿐,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많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리고 제시간에 퇴근해서 운동할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물며 요즘 같이 코로나가 극성인 시기에 제한적이나마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마스크를 끼고 불편을 감내해야하지만, 운동을 할 수 있으니 그걸로 만족이다. 예전에 마스크 없이 운동했던 게 그립긴 하지만.


그렇게 평일이 지나고, 다가온 주말. 여자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 또한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나에게 당연한 존재일 수 없지만, 여자친구는 더욱 특별하다. 여자친구가 있기에 내 삶은 좀 더 다채로운 색깔을 띤다. 예전이라면 '나'밖에 없었던 시간들에 여자친구와 함께한 나날로 채워지고 있다.


무엇 하나 당연한 것이 없기에,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려고 한다. 감사하며 살아아 한다는데 그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예전에는 참 대책 없는 말이라고 비죽거리곤 했는데, 감사하려고 하면 끝도 없고 또 감사하지 않으려 들면 그것도 끝이 없다. 무엇이든 마음 먹기 나름인가 보다.


요 몇 주 동안에는 글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실컷 딴짓을 하느라 그랬다. 잠은 부족해지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아서 좀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해보기로 했다. 글쓰기도 다시 하고, 잠도 일찍 자고. 그래서 오늘은 당연한 것들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 다시 보인다. 그래, 당연한 것은 없다. 좀 더 감사하면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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