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한편] 미루기
언제였더라, 일전에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썼던 적이 있어서 굳이 또 했던 걸 또 써야되나 잠깐 고민했다. 다름이 아니라 '밀린 글'에 대한 것이다. 놀랍게도 지금 쓰려는 글과 토씨 하나 정도 다른 내용의 글을 불과 작년 11월에 썼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썼던 것 같다.
https://brunch.co.kr/@keepingmemory/254
아마 저 때 당시는 한참 바쁘고 정신 없어서 도통 글을 쓰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즈음도 딱히 다를 게 없다. 정확히 말하면 바쁘다기 보다는 게으른 것이다. 글쓰기에 5분도 할애하지 못하는 때가 더 많으니 말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변명인가 싶겠지만, 5분을 쓰느니 안 쓰고 말겠다 그런 심보였다.
5분이라도 쓰자느니, 10분이라도 쓰자느니 매번 거창하게 결심했던 것 같은데 결심이라는 말이란 그다지 믿을 만한 게 되지 못한다. 지키지 못했을 때가 더 많고, 하루 쯤이야 어떤가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일주일이 지나가있다.
매번 비슷한 종류의 글을 쓰게 되는 건 우리네 삶이 생각보다 달라지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문제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는 형태로 몇 번이고 반복되니까. 그러나 미루고야 마는 글이면 별로 쓰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정말로 쓰고 싶은 글이라면, 어떻게든 내 몸뚱이를 비집고 나오게 되어 있다.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든지, 어서 써야겠다든지. 사실 그렇게까지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하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쓰고 싶은 글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글을 쓰는 지금만 있을 뿐이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쉽게 교훈을 내거나, 그럴싸한 말로 마무리하는 글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는 말을 읽었는데 괜히 뜨끔한다. 그렇다. 어떻게 쉽게 교훈이 얻어지겠는가. 그런 식으로 바뀔 정도였다면 고민도 필요 없었겠지.
그러므로 이 글에도 딱히 교훈은 없다. 그저 미루다가 글을 썼다는 담담한 사실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