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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Jun 02. 2021

단순하게 생각하고 이겨내는 법

[크로스핏의 맛] 14. 태도로서의 운동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그리고 크로스핏터



여기 물이 반 담긴 컵이 있습니다. 낙관적인 사람은 '물이 반이 남았네.'라고 생각할 겁니다. 반면 비관적인 사람은 '물이 반밖에 없잖아.'라고 하겠죠. 그럼 크로스핏 와드(wod; workout of the day의 약자로 그날 운동을 말하니다.)를 절반 가까이 수행한 크로스핏터의 사고방식은 어떨까요? 


크로스핏터라면 '이제 절반밖에 안 남았잖아!.'라고 대답할 겁니다. 여기서 또다시 질문입니다. 여기서 이 크로스핏터의 사고방식은 낙관론일까요, 비관론일까요? 어떤 맥락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는 낙관적인 마인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절반만 더 하면 이 고통도 끝날 것이다(?)'는 말이 생략되어있을 테니까요. 앞서 언급했던 물이 절반 담긴 컵에 관한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낙관과 비관이라는 것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나와 비관적인 태도

그 무엇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낙관도 필요하고 비관도 필요하죠. 문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있을 때입니다. 저는 비관적인 쪽에 가까웠습니다.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이기도 하지만, 그건 낙관이라기보다는 자포자기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좋아질 것도 없으니 나쁠 것도 없다는 식으로 체념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일들도 항상 버거웠습니다. 물론 이조차도 착각입니다. 각자가 저마다의 어려움을 가진 채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피해의식에 빠져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저도 뭔가 괜찮은 척을 해야 할 것 같고, 이래저래 노력은 했습니다만 종잡을 수 없는 사람으로 비쳤던 것 같습니다. 어쩔 때는 꽤나 긍정적인 것 같다가도, 또 엄청나게 비관적이고. 보고 있는 사람들조차 당황할 만큼 이래저래 불안한 데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균형이 무너진 채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었죠.


크로스핏이 선사한 균형

그렇게 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시작한 것 중 하나가 크로스핏이었습니다. 크로스핏을 시작한 이후 스스로도 놀랄 만큼 나아졌습니다. 체력도 조금이지만 늘어났고, 예전보다 훨씬 더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았습니다. 짜증이 나는 상황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요.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 달라졌죠. 글을 시작하며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운동이 절반 남은 상황에서도 예전이라면 아직도 절반이나 남았다고 좌절했겠지만 이제는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북돋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버피 100개? 10개씩 10번만 하면 되는군. 할만하다. 요즘엔 이렇게 생각하는 게 너무 자연스럽지만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사고방식입니다. "어떻게 그걸 하지? 도저히 못할 것 같아."에서 "이건 이런 방식으로 하면 되겠네.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제 나름대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이한 거죠.


스토아 철학과 크로스핏

내 앞에 놓인 문제에, 그저 압도당하기보다는 문제 자체를 이해하고 해결을 고민하는 일. 이런 사고방식을 어디서 봤나 했더니 예전에 봤던 책이 한 권 떠올랐습니다. 바로 스토아 철학을 다룬 <좌절의 기술>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우리 삶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보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고통받게 될 뿐이죠. 그렇다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내버려 두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시선을 돌리는 게 정신적으로도, 문제의 해결에도 더 도움이 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되,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바를 크로스핏을 통하여 배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더니 틀린 게 하나 없다 싶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이겨내기

운동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꿀 수 있다니, 제가 써놓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자기 계발서 같은 말이지만 사실이 그런 걸요! 운동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일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운동은 하기 싫다면 안 하면 그뿐이지만, 어떤 종류의 일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하게 됩니다.


그때도 겁에 질려 두려워해야 할까요? 주어진 일 자체는 나를 위협하거나 좌절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 일을 대하는 나의 생각과 감정이 나를 더 힘들게 할 뿐이죠. 그러니 심호흡 한 번 하고, 한번 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게 최선이죠.


그러니 지레 겁먹기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는 겁니다. 너무 열과 성을 다할 필요도 없습니다. 만약에 잘 안 되더라도 뭐, 어쩔 수 없죠. 그때 가서 또 고민해봐야죠. 다소 무책임할 수도 있는 태도겠지만, 닥치면 닥치는 대로 해내는 법이니까요.


끝으로

자,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간단합니다. 한 번쯤은 크로스핏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일종의 권유입니다. 물론 모두에게 맞는 운동이란 존재하지 않고, 저는 크로스핏만이 최고의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운동이든 꼭 한 번 운동을 계속해서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참 우습지만 저도 운동을 정말 싫어했거든요. 그러나 사람이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몸을 움직여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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