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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Nov 02. 2021

새로운 박스 새로운 시작

[크로스핏의 맛] 15.박스 이사

1.


새로운 것은 우리를 늘 설레게 한다.


편의점에 새롭게 들어온 신상 과자, 라면, 온갖 군것질 거리, 혹은 매 시즌 나오는 의류 혹은 패션 브랜드들의 신상 라인업. 나 같은 경우라면 게임에 새로운 캐릭터나 컨텐츠가 추가되었다고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인다. 머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도 많고, 감흥 자체가 오래가지 못할 때도 많지만 그순만큼은 형용하기 힘든 벅찬 감정이 몰려온다.


새로운 시작은 말할 것도 없다. '새로운' 데다가, 무언가를 '시작'하기까지하니 두근거림은 문자 그대로 갑절이 된다. 앞으로의 나날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는 기대감과 약간의 두려움까지 더해져서 인생이 충만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에는 익숙해져버린다고 할지라도 새로운 시작은 그 자체로 언제나 우리를 늘 설레게 한다.


2.


이번에 내가 다니고 있던 크로스핏 박스가 이사를 갔다.


장장 10일 간의 휴관 끝에 11월 1일, 오늘 새롭게 개장을 했는데 어찌나 위풍당당한지 박스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랑하고 싶을 정도다. 강북 최대 규모의 박스라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올해 중반부터 사람들이 부쩍 많아져서 이전 박스에서는 저녁 시간대면 항상 복작복작했었는데 이제는 여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어찌나 좋던지!

(좌) 이전 박스의 모습, 크로스핏의 맛에 표지를 담당해준 이미지다. (우) 현재 박스 이미지


새 박스에서 기념비적인 첫 운동을 위해 발을 들인 순간, 분명히 익숙했던 곳이지만 장소가 달라진 것만으로도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크로스핏을 시작했던 날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뭔가 다시 한 번 새롭게 크로스핏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제 크로스핏을 시작한지도 2년, 실제로 운동을 한 날짜만 꼽으면 500일을 넘겼는데 뭔가 전환점을 맞이한 기분이다.


3.


우리는 무엇이든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 자신이 하고 있는 것들의 의미를 종종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저 타성에 젖어 반복하게 되거나, 혹은 익숙한 것이니 계속 하는 식으로 반복하기도 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었던 나날들은 비슷비슷한 순간들로 뭉뚱그려진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해보는 게 필요한가보다. 장소를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다니던 박스를 옮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는데, 박스가 먼저 바뀌어줄 줄이야. 덕분에 앞으로도 500일은 더 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왕이면 5000일 정도를 목표로 운동해보고 싶다. 아니, 평생 크로스핏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크로스핏을 하다보면 분명 크로스핏이 질리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한 번도 없었지만, 5000일이나 하면 한 번쯤은 질리지 않을까. 하지만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을 안다면, 지루하지 않게 크로스핏을 이어나갈 수 있겠지.


늘 새로운 느낌으로 말이다.


4.


그렇다고 무작정 새롭게만 시작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종종 리프레시가 필요하다는 것일 뿐. 그리고 그 기회를 잘 활용해서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 혹시나 지금의 삶에 너무나 익숙해져있다면, 한 번쯤 삶의 방향을 바꾸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 수 있을 테고, 혹은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변화를 체감하는 건 마음가짐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환경을 바꿔볼 필요도 있다. 환경이라는 게 꼭 장소만 말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방식 혹은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새로운 박스에서 새롭게 크로스핏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5.


크로스핏을 한 지도 500일을 넘겨서 그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박스가 이사한 것과 엮어서 써봐도 좋겠다 싶어서 글을 남기게 되었다. 아무쪼록 여러분들도 크로스핏에 한 번쯤 도전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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