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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Oct 18. 2021

주말의 단상

[오늘한편] 2021.10.17

이번 주말은 정말 오래간만에 늘어지게 잠을 잤다.


평소에도 주말에 잠을 더 많이 자는 편이지만, 이번 주는 잠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정말 오랜만에 잠에 취하듯이 잠들었다. 그것이 어떤 기분인지는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리라. '취하다'는 표현처럼, 충분히 잠을 자고 일어났음에도 정신이 맑아지기는 커녕 머릿속이 뿌연 안개가 껴있는 것 같이 흐리멍덩한 상태.


조금 더 자고 나면 달라지겠거니 싶어서 눈을 감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시 잠이 든다. 두어 시간이 지나 겨우겨우 정신을 차려도 여전히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 가만히 있어도 늪 깊숙한 곳까지 빠져들 듯이 잠은 더 깊어질 뿐이다. 이러다 잠으로 하루를 다 날려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한다. 결국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겨우겨우 일어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은 그 정도로 심하게 잠들지는 않지만, 오늘은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다행스러운 건 오후 2시 즈음에는 일어나서 일요일 하루를 허망하게 흘려보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일요일이 절반 가까이 날아간 셈이라, 아쉽기는 매한가지였다.


주말이니까 잠 좀 늘어지게 잔다고 해서 딱히 문제 될 건 없다. 그래도 이틀뿐인 주말이 잠만 자다가 끝나면 그 얼마나 허망한지. 평일은 일과 운동만으로도 하루가 꽉 차고, 뭔가 해볼 수 있는 건 주말 이틀뿐인데 이마저도 잠으로 보내버리면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건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꼭 의미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일과 운동 그 이상의 뭔가를 해야 하지 않나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도저히 나아지질 않는 글씨를 교정하겠다고 며칠에 한 번씩, 필사를 하거나. 3일에 걸러 하루씩 몰아서 일기를 쓴다거나. 어쩌다 한 번씩 생각나면 글을 쓴다거나. 꾸준히는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이 모든 행위를 이어가는 이유도 뭔가 의미 있는 일들로 하루를 채우고 싶기 때문이다. 


그저 흘러가기만 하다가, 잠시 멈춰 서서 어디까지 왔는지 숨을 돌리는 거라고 해야 할까. 이런 순간들마저 없으면, 어느 순간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대체 내가 언제 여기까지 왔나 너무 당황스럽지 않겠나. 그래서 오늘도 이 늦은 시간이 다 되어서, 불안하고 아쉬운 마음에 글을 쓴다.


여담이지만 주 4일 근무의 유일한 단점은, 주 5일 근무의 삶을 견디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월요일 출근하려니까 이렇게나 마음이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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