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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Feb 20. 2022

운동도 전략이 필요하다

2022년 2월 18일 금요일(596일째, D+880)

1.

크로스핏의 재미있는 점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헬스도 데드리프트나 스쿼트 등 얼마나 무겁게 들 수 있는가로 경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운동의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크로스핏은 몇 개의 동작들로 이루어진 특정 프로그램, 그러니까 와드(WOD)를 얼마나 빠르게 끝냈는지, 주어진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했는지와 같이 기록을 통해 경쟁하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인지 전략의 요소가 더해지고, 자기의 역량과 더불어 수행하게 될 운동들의 특징을 파악하는 게 특히 중요해진다. 설령 내가 한 번은 할 수 있는 동작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와드에서 수행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분수를 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이, 기록뿐만이 아니라 다치지 않고 운동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전략'에 대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회에서는 더욱더 전략이 중요해진다. 평소라면 기록을 재는 목적이 타인과 경쟁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자기만족이나, 동기부여와 같이 자기 자신을 북돋기 위한 것에 가깝다. 하지만 크로스핏 대회, 대표적으로 크로스핏 게임즈와 같은 경우에는 단 1초로 등수가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기록을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기록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수행능력이 비슷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제 전략이 큰 변수로 작용한다. 내가 못하는 종목이라도 어떻게든 기록을 줄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내가 잘하는 것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전략'의 영역이다. 그리고 이렇게 길게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나 역시도 그 전략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2.

오늘의 와드는 다음과 같다.


Crossfit Games Open 18.5 Same as 12.5 and 11.6



AMRAP 7min : 5R+4(94)



3-6-9-12-15-18-...



Thruster 100lbs



C2B(Chest to Bar)







역시나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 와드 중 하나로, 18년도의 다섯 번째 와드였고 그 이전에도 12년도 다섯 번째, 11년도 여섯 번째에 공개된 유서 깊은 기출 와드라고 할 수 있겠다. 와드 구성도 단순하다. 바벨을 프론트 스쿼트 자세에서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프레스 동작이 섞인 쓰러스터와 철봉에 자신의 가슴이 터치되어야 하는 C2B(Chest to Bar), 2가지 동작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주어진 시간은 7분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에 최대한 많은 동작을 수행해야 하는 전형적인 AMRAP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구성은 크로스핏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할 텐데, 유명한 와드 중 하나인 Fran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Fran 역시 쓰러스터와 Pull up, 그러니까 턱걸이로만 이루어진 유명한 걸스 네임 와드 중 하나다.


유명한 이유는 단순하지만 무척 힘들기 때문인데, 쓰러스터라는 동작이 어려운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일반적인 턱걸이와 다르게 가슴팍을 철봉에 가져다 대야 하는 C2B 동작은, 생각 이상으로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괜히 욕심을 내서 언브로큰, 연속 동작으로 갔다가는 호흡도 망가지고 전완근도 털려서 그다음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3.

그리고 나는 이것과 비슷한 종류의 와드를 이미 해봤기 때문에 C2B를 연속으로 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와드와 똑같은 동작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해야 하는 와드가 나온 적이 있었고, 그때 아주 호되게 당했기 때문에 코치님의 조언을 토대로 이번 와드를 수행하기로 했다. 바로 C2B를 하나씩 꾸준히 하는 것.


그 전략은 상당히 유효해서, 내가 기대했던 기록인 쓰러스터 18개에 딱 진입할 수 있었다. 물론 C2B를 하나씩 하는 게 아니라, 연속으로 할 수 있었다면 더 많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애초에 C2B가 연속으로 되지 않으니, 그 정도 타협은 필요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전략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순간이다.


크로스핏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우는데 특히나 자신의 깜냥을 잘 아는 것과, 전략을 세우고 하는 게 훨씬 더 나은 기록을 가져다준다는 것 이 2가지는 매번 크로스핏을 할 때마다 깨닫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4.


오늘의 교훈


1. 자신의 깜냥을 제대로 알 것

2. 전략을 세우고 덤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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