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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Feb 28. 2022

재도전

2022년 2월 26일 토요일(603일째, D+887)

1.

학교 선배의 결혼식이 있던 토요일. 점심쯤 결혼식을 다녀와서 서둘러 회기로 돌아왔다. 어제 공개된 2022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의 첫 번째 와드를 한 번 더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금요일에 측정을 했지만, 다시 한번 시도하기 위해 박스를 찾은 회원분들의 모습을 보니 혼자만 그 고생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괜히 반가웠다.


금요일과는 다르게 코치님의 말씀에 따라 1라운드 정도 해보면서 몸을 풀기도 하고, 박스에 새로 들어온 무동력 트레드밀에서 1분가량 뛰면서 몸을 미리 달구어두었다. 누군가 한 명은 정확한 동작을 수행했는지 옆에서 봐주며 개수를 세주는 등 저지(심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파트너가 된 사람과 순서도 정해야 했다.


나의 파트너는 박스에서 알게 되어 거의 1년 넘게 운동을 같이 해온 K. 서로 긴장을 하고 있던 터라 영광스러운 첫 번째 순서(?)를 두고 가위바위보를 하기로 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겨서 두 번째로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하는 게 무서워서 아득바득 가위바위보까지 이겼으나, 막상 K가 땀을 뻘뻘 흘리며 와드를 하는 걸 보고 있자니 두려움이 서서히 몰려왔다.


마침내 다가온 나의 차례. 금요일에 세워둔 전략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대기선에 서있었다. 마침내 코치 님이 시계의 타이머를 초기화하였고, 10초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10, 9, 8, ... 그리고 3, 2, 1. 두 번째, 측정이 시작되었다.


2.

금요일과 동일한 내용의 구성이지만, 한 번 더 기록한다. 토요일의 와드는 다음과 같았다.

wod "Crossfit Open 22.1"


Complete as many Rounds as possible in 15 minutes of : 242(8R+2)


3 Wall walk

12 Alt DB Snatch 50lbs

15 Box Jump over 24"





금요일에 와드를 수행했을 때, 기록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다음의 3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월 워크가 생각보다 너무 느렸다. 두 번째, 덤벨 스내치를 할 때, 바벨을 떨어뜨리면서 하나씩 하다 보니 자세를 다시 고쳐 잡아야 해서 호흡과 하체가 더 털렸다. 그래서 동작을 수행할수록 더 느려졌다. 세 번째, 박스 점프 오버도 하나씩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번에는 이 3가지를 모두 고쳐서 수행해 보기로 했다. 월 워크도 가급적이면 손을 짚는 횟수를 줄여서 갔다. 덤벨 스내치도 공중에서 스위칭하는 걸로 바꿨더니 오히려 호흡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박스 점프 오버도 느리지만 꾸준히 하면서,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바로 뛰는 걸로 바꿨더니 좀 더 시간을 아낄 수 있었고 말이다.


그 덕분에 210개로 7라운드를 딱 채우고 끝났던 금요일에 비해, 무려 1라운드를 더하고 9라운드째 월 워크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이걸 세 번이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주말을 푹 쉬고 나면 또 생각이 달라지겠지.


3.

이렇게 크로스핏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습과 예습, 그리고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한 번 했던 와드라고 이미 다 알고 있으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다음번에 더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똑같은 와드를 다른 사람들이 수행한 영상이나, 팁 같은 것을 찾아보면서 예습도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떻게 하면 될지를 한 번 더 시뮬레이션까지.


아마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공부를 이렇게 했다면 성적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괜히 웃음이 나온다. 그럼 월요일 세 번째로 도전했을 때 나는 뭘 더 고쳐볼 수 있을까? 지난번 기록지를 보면서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한다. K가 라운드마다 시간을 기록해 준 덕분에, 언제쯤 끝냈고 각 라운드는 얼마나 걸렸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1라운드는 거의 1분 30초쯤 마무리했지만,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10초에서 20초 정도 밀리더니 4라운드를 끝내고부터는 거의 한 라운드마다 2분씩 소요된 것 같다. 아마 덤벨 스내치를 끝내고 나서 박스 점프 오버를 빠르게 한다고 하긴 했지만 박스 점프 오버 직전에 숨 쉰다고 멈칫하는 게 시간을 꽤 잡아먹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순간마저 쉬어가지 않으면 완주도 하지 못하고 중간쯤부터 퍼졌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월 워크도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멈춰서 숨을 돌리느라 대략 5초에서 길게 10초는 잡아먹지 않았을지. 사이사이에 힘들어서 쉬어가는 시간을 좀 줄이고, 월 워크부터 덤벨 스내치, 박스 점프 오버까지 딜레이 없이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어쩌면 9라운드를 하는 것도 꿈은 아닐 것 같다.


또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니 하겠으나, 기왕 대회를 하는 거 좀 더 나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최대한 후회 없이 이번 2022년 오픈을 해보려고 한다. 한 가지 바람은 기록도 기록이지만,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4.

오늘의 교훈.

1. 일기일회,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2. 복습과 예습을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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