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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Feb 26. 2022

2022 크로스핏 게임즈의 시작

2022년 2월 25일 금요일(602일째, D+886)

1.

마침내 2022 크로스핏 게임즈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의 크로스핏터들이 참여하는 대회라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 달 초부터 게임즈에 관한 이야기가 왕왕 나오곤 했다. 나 역시 이번에는 과연 어떤 wod가 나올지 몹시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작년만 해도 크로스핏을 시작하고 1년을 넘긴 시점이긴 했지만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코치님이 그냥 한 번 해보는 거라고 이야기해주셔서 얼떨결에 신청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는 자발적으로 이야기가 나올 즈음에 먼저 신청도 하고, 저지(심판) 자격도 따는 등 아주 적극적으로 임했다.



주말 하루 날을 잡고, 크로스핏 게임즈 앱을 붙들고 영어로 된 지문들을 일일이 읽어가며 룰을 숙지하고 퀴즈를 풀고, 1시간 가량 씨름한 결과 저지를 따서 그런지 이번 크로스핏 게임즈는 좀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다. 그러나 막상 경쟁의 장에 들어서니 약간 겁부터 집어먹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괜히 시작도 전부터 기록이 기대보다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싶고, 나름 2년 넘게 했는데 남들보다 못하면 걱정도 되고. 그래서일까. 오늘 아침 공개된 22년도 첫번째 와드를 보고 과연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그려지지가 않았다. 저녁이 되어서 퇴근 후 박스에 도착해서 와드를 수행하기 직전까지도, 의욕에 가득차 있었다기보다는 조금 가라앉은 상태였다.


2.

오늘 공개된 22년도 첫번째 크로스핏 게임즈 와드는 다음과 같다.

wod "Crossfit open 22.1"



Complet as many rounds as possible in 15 minutes of : 210(7R)


3 Wall walk

12 Alt DB Snatch 50lbs

15 Box jump over



작년에도 월 워크가 나오더니 올해도 어김 없이 첫번째 와드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작년 21.2에 나와서 엄청나게 애를 먹였던 덤벨 스내치도 함께. 다소 자신이 없는 박스 점프까지 있어서 이번 와드는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코치님이 설명해주시는 룰을 한 번 더 숙지한 후 와드를 시작했다.


크로스핏 게임즈 와드의 재미있으면서도 참 뭣 같은 점 중에 하나는, 할 때는 이것보다 짜증나는 게 없고 힘들어서 도저히 다시 하고 싶지가 않은데 끝나고 나면 뭔가 한 번 더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할만한 것 같다는, 매우 절묘한 난이도 선정에 있다.


월 워크가 고작 해야 3개 밖에 안 되지만 그 순간에 얼마나 호흡이 가빠지는지. 사람이 왜 벽을 걷는단 말인가.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그리고 왜 덤벨을 한 손으로 들어야할까. 별에 별 생각이 다 들 것 같지만, 와드를 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그런 생각이고 뭐고 그냥 힘들다는 말만 떠오른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힘들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건 대체 왜일까. 그야 조금이라도 더 기록을 내기 위해서겠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끌어올려서 어떻게든 7R는 해냈지만, 막상 지옥 같았던 15분이 지나고 나자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후회 아닌 후회가 든다.


3.

아마 내일도 한 번더 측정을 할 것 같은데 과연 내일 내가 크로스핏 일기를 쓸 때는 어떤 말을 쓸지도 몹시 기대가 된다. 일단 오늘의 경험에 비추어 전략을 수정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월 워크는 최대한 빠르게 끝낼 것. 내가 너무 오래 버티면서 내려가는 것 같아서 최대한 그 구간을 줄여서 상체의 피로도를 줄이고 호흡을 아껴볼 생각이다. 그리고 두번째, 덤벨 스내치는 머리 위에서 손을 바꿔서 최대한 바닥에서 다시 자세를 고쳐잡지 않으려고 한다. 세번째, 박스 점프 오버는 무조건 연달아서 할 것.


오늘 기록이 기대했던 것보다 저조했던 데에는 호흡이 털리지 않으려고 너무 천천히 했던 탓인 듯 한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게 박스 점프 오버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서 시간을 벌지 못하니까 다른 동작을 수행할 시간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닐지. 여하튼 내일은 좀 더 잘해보자.


4.

오늘의 교훈

1. 나중에 호흡이 털리나 지금 호흡이 털리나 똑같으니 적당히 빠른 템포로 열심히 하자.

2. 전략을 세우면 좀 더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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