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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02. 2022

포기와 근성 그 사이의 어딘가

2022년 2월 28일 월요일(604일째, D+888)

1.

2022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의 첫 번째 와드, 그 3번째 측정. 토요일은 금요일에 연이어서 바로 한 것치고는 그리 대미지가 크지 않았는데, 상당한 갯수의 와드를 이틀 연속 했던 여파가 컸는지 하루 푹 쉬고 왔음에도 몸이 좀 무거웠다. 그래도 줄일 수 있는만큼 기록을 줄여보고자 마음을 다 잡고 퇴근하자마자 박스로 향했다. 이미 재측정을 마친 회원분들의 얼굴을 보니 조금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도망간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하긴 해야지 않겠나. 두 번째 조, 그것도 매니저님 바로 옆에서 하게 되었다. 처지지 않고 매니저님의 속도만 잘 따라가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세 번째 측정.


2.


와드는 다음과 같다. 금요일, 토요일 모두 동일한 2022 크로스핏 게임즈 오픈의 첫 번째 와드.


wod "Crossfit Open 22.1"


complete as many Rounds as Possilbe in 15 minute of : 243


3 Wall walk

12 Alt DB Snatch 50lbs

15 Box jump over





이번에도 측정을 도와준 K 덕분에 페이스가 그리 처지지 않고 일정하게 갈 수 있었다. 덤벨 스내치는 무조건 한 번에 끝내려고 했고, 박스 점프 오버는 천천히 하더라도 가급적 멈추는 일 없이 이어서 갔다. 지난 2번의 와드와 차이를 꼽아보라면 월 워크에서 거의 쉬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 덕분인지 7라운드를 끝냈을 때는 30초 정도 당길 수 있었다.


거의 1분 50초에서 2분 사이의 페이스로 유지한 덕분에 어쩌면 지난 번보다 많이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8라운드에서 그만 덤벨 스내치를 6개까지 하고 놓아버리는 바람에 거기서 딜레이가 생겨서 벌어둔 시간을 그대로 날려먹었다. 최종적으로 지난 번 기록보다 월 워크를 하나 더 수행한, 243개, 8R+3으로 마무리. 다행히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저지를 봐주었던 K도 마지막에 스내치를 놓은 게 아쉬웠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도 왜 그 순간 덤벨을 놓은 건지 모르겠다. 아니, 이유는 알긴 알겠는데 기껏 거기까지 가놓고 놓아버리는 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3.

나는 목표를 설정하되 일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목표에 거의 다다랐을 때, 오히려 거기까지 참았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목표를 아슬아슬하게 달성하거나 목표를 약간 초과한 수준으로 마무리한다. 목표를 넘어섰으니 못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약간 아쉬운 수준. 기껏 거기까지 잘 참아놓고 마지막에 포기하는 듯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 이유를 추측해보려고 하는데, 일단 그 순간은 '참아보자'보다는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나를 압도한다. 물론 옆에서 어떻게든 해보라고 이야기하면 다시 붙잡긴 하지만, 일단 나 혼자서의 의지로는 그 순간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해야할까. 이번 측정도 하필이면 딱 그 순간에 부닥쳤고, 스스로 넘어서지 못한 것 같다.


크로스핏뿐만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비슷한 순간들을 마주하는데, 어떻게 해야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을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결국 답은 하나다. 연습, 또 연습. 인생에서 그런 순간을 마주하는 게 쉽지는 않으니, 크로스핏에서라도 자주 마주하고 또 넘어서봐야겠지.


4.

오늘의 결론

1. 하나만 더 해보자.

2. 포기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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