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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14.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3.13

8. 작심삼일

매일 '하루에 짧은 글 한 편'을 쓰기 시작하고 8일째를 맞이했습니다. 고작해야 8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뭘 벌써 80일은 한 것처럼 감격스러워하느냐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게 꽤 자랑스러워서 그렇습니다. 거창하게 제목까지 따로 붙여놓고 금방 그만두면 어떻게 하나 내심 걱정하기도 했거든요. 시작하는 글에서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고 미리 밝혔던 이유도 못내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뭐든 즉흥적으로 시작해놓고 꾸준히 하는가 싶다가 갑자기 그만두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이번에도 그런다면 스스로도 많이 실망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책들이 쏟아져 나올까요.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 10월, 헬스를 다니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친구와 함께 4개월치를 결제했습니다. 결과는 예상하셨다시피, 첫 1달은 나가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남은 3개월을 하루도 못 나가고 끝이 났습니다. 헬스장 시설 유지에 한몫 단단히 보탠 셈이죠. 과거에도 몇 번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크로스핏을 6개월치 끊어놓고 한 달 반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나가다 탈진해버려서 남은 4개월 반은 하루도 나가지 않았다거나, 그러고도 교훈을 얻지 못해서 1년 후에 다시 한번 크로스핏을 2개월 끊어놓고 한 달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거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부끄럽지만 무언가 꾸준히 해본 역사가 단 한 번도 없는 듯합니다. 일주일이면 길다고 할 만했고, 한 달이면 충분히 대단한 결과였죠. 반년은 미답의 경지입니다. 어쩌면 인간이 무언가를 매일 같이 한다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닐지 괜한 의심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유지하기 힘들 리가 없으니까요. 매번 업로드가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여유 있게 글을 올린 적이 없고, 매번 늑장을 부려서 한밤중이 되고 나서야 어쨌거나 글을 쓰고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이 기세로 앞으로 한 달, 그리고 1년 내내 계속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히려 꾸준함에 대한 강박이 부담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괜찮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에 윤문에 한참 시간을 보내곤 해서 자신과의 다짐은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글을 내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듯합니다. 그러나 공을 들였다고 반드시 좋은 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슬픈 현실이죠. 매일 쓴다고 해도 글이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으니, 괜히 의욕만 잃고 그만두는건 아닐지 모르겠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새벽 3시가 다 되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앞으로 이런 페이스로나마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려고 합니다. 백수 생활에서 그나마 뭐라도 해야지 않나 싶고, 다행히도 글을 쓰는 걸 싫어하진 않으니까요. 작심삼일에 대한 글을 썼지만, 실제론 글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언젠가는 소재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럴 때가 오려면 한참이나 남았고 벌써 김칫국을 마실 필요는 없겠네요. 그럼 오늘도 이렇게 하나 마무리하고, 내일은 여유롭게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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