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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09. 2019

[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3.8

3. 결정에 대하여


우리는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결정을 내리고 있을까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택의 순간들은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아주 일상적인 것들입니다. 점심 메뉴로는 뭘 먹을 것인지, 카페에서는 무슨 음료를 마실 것인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를 이용할지, 지하철을 이용할지. 전부 나열하려면 오늘 이 글에 할당된 다섯 문단을 모조리 쓰고도 부족할 겁니다. 그러나 앞의 예시들은 분명 선택일지는 몰라도, 우리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선택이라 말하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선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얼마나 선택하며 살고 있을까.  


하다못해 주재료가 온통 멍게뿐인 식당에 가더라도 선택은 해야 합니다. (출처는 구글 이미지 검색입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라 할만한 때는 언제였을까요. 수능이 끝나고, 대학 원서를 넣을 때? 군대를 가야 할 때? 아니면 수강 신청? 부끄럽게도 마땅히 떠오르는 순간이 없습니다. 대학은 가야 할 것 같으니 갔고, 군대는 가지 않을 수 없으니 갔고,  수강 신청도 매번 해야 하니까 했을 뿐입니다. 정작 내 인생에 대해서 오롯이 내 의지로 뭔가 선택을 내려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주변의 요구에 맞추어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떠밀리 듯이. 그저 시간이 흐를 대로 흘러서 어쩔 수 없이. 뭐라 표현하든, 지금 제 인생이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습니다.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워 중언부언하고 말았습니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해보겠습니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건 나의 책임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인생은 당사자의 책임이지요. 선택을 유보하는 것조차도 하나의 선택이고, 그 결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것도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개운하지 않은 것은, 내 인생인데도 나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려 하지 않고, 되는 대로 살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의식적인 선택일까요? 저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나 계획 따위를 진지하게 고려해본 적이 없습니다. 종종 제 주변 사람들이 놀랄 정도입니다. 어찌 보면 낙관적인 것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아무 생각도 없다는 소리니까요. 자신의 인생인데,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건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것일까요. 먼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모든 걸 내맡긴 셈일까요? 제 자신도 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는지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될 거라 믿고 있는 것인지. 그러나 세상에 어떻게든 되는 일은 없더군요. 저도 이제는 삶의 매 순간에 확실하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지 생각해봅니다.


물론 24시간 매분 매초, 내 행동 하나하나 일일이 선택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죠. 적어도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또한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는 정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학생이었던 시절은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이랄 것 없이 주어진 것들만을 해내도 되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닐 뿐더러, 사실 학생이었을 때조차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가장 진지해야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제 자신이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해나가야 겠습니다. 혹여나 여러분들도 그러시다면, 오늘부터 함께 바꿔나가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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