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결정에 대하여
우리는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결정을 내리고 있을까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택의 순간들은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아주 일상적인 것들입니다. 점심 메뉴로는 뭘 먹을 것인지, 카페에서는 무슨 음료를 마실 것인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버스를 이용할지, 지하철을 이용할지. 전부 나열하려면 오늘 이 글에 할당된 다섯 문단을 모조리 쓰고도 부족할 겁니다. 그러나 앞의 예시들은 분명 선택일지는 몰라도, 우리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선택이라 말하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선택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얼마나 선택하며 살고 있을까.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라 할만한 때는 언제였을까요. 수능이 끝나고, 대학 원서를 넣을 때? 군대를 가야 할 때? 아니면 수강 신청? 부끄럽게도 마땅히 떠오르는 순간이 없습니다. 대학은 가야 할 것 같으니 갔고, 군대는 가지 않을 수 없으니 갔고, 수강 신청도 매번 해야 하니까 했을 뿐입니다. 정작 내 인생에 대해서 오롯이 내 의지로 뭔가 선택을 내려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주변의 요구에 맞추어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떠밀리 듯이. 그저 시간이 흐를 대로 흘러서 어쩔 수 없이. 뭐라 표현하든, 지금 제 인생이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습니다.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워 중언부언하고 말았습니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해보겠습니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건 나의 책임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인생은 당사자의 책임이지요. 선택을 유보하는 것조차도 하나의 선택이고, 그 결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것도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개운하지 않은 것은, 내 인생인데도 나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려 하지 않고, 되는 대로 살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의식적인 선택일까요? 저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나 계획 따위를 진지하게 고려해본 적이 없습니다. 종종 제 주변 사람들이 놀랄 정도입니다. 어찌 보면 낙관적인 것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아무 생각도 없다는 소리니까요. 자신의 인생인데,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건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것일까요. 먼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모든 걸 내맡긴 셈일까요? 제 자신도 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는지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될 거라 믿고 있는 것인지……. 그러나 세상에 어떻게든 되는 일은 없더군요. 저도 이제는 삶의 매 순간에 확실하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지 생각해봅니다.
물론 24시간 매분 매초, 내 행동 하나하나 일일이 선택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죠. 적어도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또한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는 정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학생이었던 시절은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이랄 것 없이 주어진 것들만을 해내도 되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닐 뿐더러, 사실 학생이었을 때조차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가장 진지해야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제 자신이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해나가야 겠습니다. 혹여나 여러분들도 그러시다면, 오늘부터 함께 바꿔나가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