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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Mar 18. 2022

좋은 자세가 좋은 결과를 만든다

2022년 3월 16일 수요일(617일째, D+901)

1.

작년 말쯤에 다쳤던 왼쪽 손목이 이제야 좀 멀쩡해지는가 싶더니, 여전히 말썽을 부리곤 해서 매번 신경 쓰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역도 동작도 바꿔보고 여러모로 손목이 아프지 않게 하려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저크(Jerk) 동작. 바로 역도의 용상, 그중에서도 마무리 단계라 할 수 있는 어깨에 걸친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받치는 동작이다.


손목이 시원치 않다 보니 어깨까지 들어 올려서 걸어놓은 바벨을 고쳐 잡은 다음 밀어올려야 하는데, 무거운 무게를 한 번만 드는 거라면 크게 상관이 없지만 크로스핏에서 저크가 나왔다 하면 개수가 상당히 많다 보니 어깨에 걸친 바벨을 고쳐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록에서 밀리게 된다. 내가 선수도 아니고 안 다치고 하는 게 최선이지 기록 좀 나쁘면 어떤가 싶지만, 이게 또 상황에 따라 경쟁심이 묘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



2.

오늘의 와드는 다음과 같다.

Team of 2

For time of : 22:41

400m Run(Together)

40 Deadlift 205lbs

400m Run(Together)

40 Clean & Jerk 155lbs

400m Run(Together)

40 Overhead Squat 105lbs

400m Run(Together)

40 Bar over Burpee


두 명이서 열심히 뛰고 와서 바벨 동작들을 하나씩 수행하고, 마지막에 버피로 마무리하는 와드. Rx d 무게로 수행하는 남자 팀이 딱 3명이었는데, 갑작스레 코치 님이 내기를 제안을 해오셨다. 꼴찌인 팀이 이 시간대의 모든 회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면 어떻겠냐고 말이다. 굳이 뺄 것도 없으니 모두가 흔쾌히 수락했고, 이제 어떻게든 꼴찌만은 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와 함께 와드를 한 C 회원님과 결의를 다지며 첫 400m 달리기를 1등으로 주파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데드리프트부터 격차가 줄어들더니, 다음 동작인 클린 앤 저크에서 다른 팀에 비해 너무 오래 시간이 걸렸다. 아니나 다를까 내 손목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손목이 발목을 잡다니 쓰고 보니 참 이상한 말이다.


여하튼 클린을 끝내고 나서 매번 자세를 고쳐잡다 보니 거기서 몇 초씩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 벌어진 격차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다른 팀이라고 쉬엄쉬엄하는 게 아니다 보니 뒤이은 동작들에서 좁히지 못했다. 결국 22분 41초로 마무리. 다른 팀들은 19분, 20분에 마무리해서 영광스러운 꼴찌를 기록하게 되었다. 밸런스를 고려해서 우리 조는 1분의 어드밴티지를 얻었지만, 1분을 빼도 다른 조의 기록을 잡을 수는 없었다.


3.

결과는 결과이므로 기분 좋게 아이스크림을 샀다. 그와는 별개로 어떻게 해야 손목이 좀 덜 아플지를 계속 생각했다. 앞으로도 크로스핏을 하는 내내 저크는 피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한번 자세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좋은 자세는 처음에는 좀 어려울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만, 나쁜 자세는 그 순간 기록이 좋아질 순 있어도 누적되면 형편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나쁜 자세를 고치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습관을 바꾸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지금도 손목이 아프지 않은 동작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다른 회원분들에게 계속해서 조언을 구하면서 조금씩 해답을 찾아나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어떻게 하면 손목이 아플지 않을지는 대강 알았으니 어떻게 하느냐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 있다.


여러모로 이제부터라도 정말 자세를 고쳐야겠다고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였달까.


4.

오늘의 소감.

1. 느리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그리고 고치는 데에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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