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5일 화요일(616일째, D+900)
1.
크로스핏 오픈이 끝난 후, 코치 님은 이번 주만큼은 행복 크로스핏을 해도 좋다고 이야기하셨다. 행복 크로스핏이란 게 뭔가. 기록에 대한 부담 없이 있는 그대로 즐기기. 확실히 기록을 경신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니 운동을 하러 가는 발걸음도 묘하게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다음에 있을 오픈을 위해서든, 보다 더 나은 수행 능력을 위해서든 이대로 안주하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2.
그래서 조금 이르게 박스에 도착해서, 스트렝스 훈련을 수행했다. 일찌감치 와서 준비를 하고 있던 K와 함께 백 스쿼트, 밀리터리 프레스, 풀업 이상 3가지 동작을 5번씩 총 5세트를 했다. 무게는 아래와 같았다. 지금부터 조금씩 쌓아나가면 1년 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물론 코치님이 이 모습을 보시더니 시험 망치고 나서 남들 다 노는데 공부하는 애들 같다는 웃픈 말을 하시며, 일단 좀 쉬라고 하셨지만 마냥 쉬기엔 또 마음이 불편한 그런 상황이었다. 그래서 와드를 하기 전에 후딱 마무리 짓고 화요일의 와드로 들어갔다.
3.
오늘 와드는 다음과 같다.
wod "Apologies"
For time : 12:07
45 WBS 20lbs
30 T2B
15 Burpee Box jump 30"
30 WBS 20lbs
20 T2B
10 Burpee Box jump 30"
15 WBS 20lbs
10 T2B
5 Burpee Box jump 30"
3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간단한 와드였다. 이번 와드의 개인적인 목표는 월볼샷을 최대한 한 번에 던지는 것. 그래서 첫 45개는 쉬지 않고 한 번에 끝을 냈고, T2B(Toes to Bar; 발가락을 철봉에 닿게 만드는 복근 운동)는 한 번에 하지 못해서 15개, 10개, 5개씩 끊어서 들어갔다.
30개는 멈추지 않고 한 번에 해야 하는데 15개쯤 되니까 다리가 제대로 들리질 않더라. 확실히 내가 T2B가 이상할 정도로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근은 도대체 언제쯤 강해지는 것인지. 혹시 자세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서 한 번 시간을 들여서 테스트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버피 박스 점프. 이건 뭐 요령이랄 게 없다. 그냥 꾸준히 하나씩.
버피가 끝나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서, 다음 월볼샷으로 바로 넘어갈 수가 없었는데 그 순간 한 개만 더 하자는 마인드를 떠올렸다. 2022 크로스핏 오픈을 돌이켜보면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단 한 개라도 더 하려는 의지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물론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내 몸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순간 딱 한 개를 더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여하튼 운동을 하는 순간에는 몸이 괴로우니 그런 마음가짐을 좀처럼 유지하기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하려고 했고 그 덕에 12분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아쉬움을 쓰기보다는 다음번에도 하나라도 더 하자고 생각했다. 정말 이건 도저히 못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에, 단 하나라도 더.
4.
오늘의 소감
1. 딱 한 개만 더.
2. 트레이너가 한 개만 더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니 또 한 개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