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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희 Aug 29. 2022

월요병에 대하여

[오늘한편] 월요병

어째서 직장인은 월요병에 걸리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드는 이유는, 월요일 아침을 앞둔 일요일 새벽이기 때문이다. 이미 12시가 지났으므로 엄밀히 말해서 이미 월요일인 셈이지만, 아직 일요일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터라 애써 월요일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해 본다.


월요병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이 결코 즐겁지 않은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직장이라고 한들, 직장은 어디까지나 직장이다. 이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별 수없이 지내야 하는 공간에서, 5일 동안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주말을 맞이한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다시 월요일이 올 것이다.


머릿속에 반복되는 일상을 떠올리기만 했는데도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전신을 그득히 채운다. 심지어 1년 혹은 10년, 자그마치 50년 넘게 이 생활을 반복해야 한다는 예감이 들 때면, 한낱 개인으로서 어쩌지 못하는 인간사의 거대한 흐름에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 등 온갖 감정들이 찾아드는데 우리는 그것을 두루뭉술하게 월요병이라고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결국 내 삶이 나의 손을 떠나가버린 기분이야말로 월요병이라는 악몽의 정체다. 물론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도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애써 그 사실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고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회사라는 구체적인 공간과 내 일상이 만나,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진실을 새삼스레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 삶은 너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라고, 조용히 속삭이듯이.


그렇게 침대에 누워 애써 잠을 청해봐야 잠이 올 리가 없고, 설령 잠에 들어본들 월요일 아침이 유쾌할 턱도 없다. 그래서 쉽게 잠들지 못하고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늦은 밤 샤워를 하고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다. 내 삶을 스스로 가꾸어나갈 수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순간만이 월요병이 선사하는 끔찍한 기분을 벗어나게 해줄 테니까.


결국 또 한 번 찾아올 월요일을 이겨내게 해줄 나만의 루틴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글을 쓰든, 샤워를 하든, 일기를 쓰든, 책을 읽든, 이 삶을 나의 손으로 돌려놓을 무언가. 그것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매번 이 기분과 싸워야할테고, 그때마다 반복하려면 기왕지사 간단한 편이 더 좋을테니까. 그런 차원에서, 나는 오늘도 이 새벽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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