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와 주름
할머니는 늘 곶감향을 풍겼습니다.
바알갛게 벗겨진 감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오밀조밀 꿰어지면
달짝지근한 향은 더 깊숙히 내 안에 박힙니다.
찬 겨울 매서운 바람을 뚫고 코에 와닿는 달큰한 향은
왜인지 무더위를 업고도 주위를 맴돕니다.
이 향은 길을 걷다가도, 바쁜 와중에도
문득, 불쑥 아무개 바람을 타고 나를 찾아옵니다.
어느새, 꿰어진 감에 할머니의 정수리마냥 하얀 눈이 내립니다.
할머니의 손등을 닮은 주름이 생긴 감은
단단하던 올챙이 시절은 잊은 채 말랑한 곶감이 됩니다.
이제는 곶감에서 할머니향이 풍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