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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Sep 28. 2022

할머니와 곶감 향

눈송이와 주름

할머니는 늘 곶감향을 풍겼습니다.


바알갛게 벗겨진 감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오밀조밀 꿰어지면

달짝지근한 향은 더 깊숙히 내 안에 박힙니다.

찬 겨울 매서운 바람을 뚫고 코에 와닿는 달큰한 향은

왜인지 무더위를 업고도 주위를 맴돕니다.

이 향은 길을 걷다가도, 바쁜 와중에도

문득, 불쑥 아무개 바람을 타고 나를 찾아옵니다.


어느새, 꿰어진 감에 할머니의 정수리마냥 하얀 눈이 내립니다.

할머니의 손등을 닮은 주름이 생긴 감은

단단하던 올챙이 시절은 잊은 채 말랑한 곶감이 됩니다.


이제는 곶감에서 할머니향이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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